머스크 “트럼프 탄핵 Yes”…불붙은 쌍방 보복 8가지 시나리오
한때 동맹에서 갈라선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에 대해 정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머스크는 미 우주항공국(NASA) 업무에 필수적인 스페이스엑스(X)의 ‘드래곤’ 우주선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실질적인 보복 조처로 이어질 경우 서로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와 트럼프가 서로에게 가할 수 있는 8가지 압박 수단’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짚었다.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할 수 있는 일
머스크는 첫번째로 막대한 자금을 공화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 정치 세력을 조직할 수 있다. 머스크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지원에 2억5000만달러 이상을 썼는데, 앞으로 미국 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에게로 자금을 돌릴 수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국가 지출을 늘리는 트럼프의 재정 정책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약속한 1억달러의 후원금 중 미집행된 부분을 철회할 수도 있다.
둘째로 자신이 보유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 공세다. 머스크는 엑스에서 “미국에 중도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는가?”라는 여론조사를 올렸고, 약 200만 명 중 80%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머스크는 ‘트럼프를 탄핵해야 한다’는 게시물을 재인용하기도 했다. 젊은 층에 소구력 있으며 뉴스 소비가 활발한 ‘엑스’를 통해 중도층 위주의 정치 세력을 조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또다른 강력한 무기는 ‘폭로’다. 머스크는 엑스에서 근거를 제시하진 않은 채 “트럼프 행정부가 ‘제프리 앱스타인 파일’을 고의로 공개지연한 것은 트럼프의 이름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 글을 기억해두라. 진실은 곧 드러날 것”이라고 썼다. 제프리 앱스타인은 미국의 금융인이자 미성년 성착취 성범죄자다. 그의 성범죄 관련 수사·재판 과정에서 나온 방대한 자료 가운데 현직 정치인들이 연루된 흔적이 있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돼 왔다.
네번째로는 자신의 회사를 활용해 행정부 업무에 차질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보급에 쓰이는 자사 우주선 ‘드래곤’을 즉시 퇴역시키겠다고 경고했는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스티브 배넌은 “대통령령을 내려 스페이스엑스를 자정까지 국유화하면 된다”고 맞받았다.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할 수 있는 일
트럼프는 머스크의 회사들과 맺은 정부 계약을 끊어버리겠다며 위협 중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 기업들과의 계약을 끊는 것이 예산을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썼다. 지난해 머스크 관련 기업은 17개 정부기관과 총 30억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귀화한 머스크의 체류 자격을 새삼 문제삼을 수도 있고, 약물 사용 문제도 거론할 수 있다. 배넌은 5일 “나는 그가 불법 체류자라고 강하게 믿으며, 그렇다면 즉시 추방해야 한다”며 체류 자격에 대해 공식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또 머스크의 약물 복용 문제와 중국 관련 기밀 접근 시도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에게 줬던 보안 인가를 박탈할 수도 있다. 배넌은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머스크의 기밀 접근 권한을 즉시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만약 트럼프가 실행에 옮길 경우 머스크는 민감한 정보를 다루거나 정부기관에 출입할 수 없게 된다. 머스크의 기업 스페이스엑스가 하고 있는 정부 관련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동원해 머스크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을 할 수 있다. 대통령령, 법무부 지시, 규제기관 활용 등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행정 권한은 막대하다. 머스크가 추진해 온 ‘정부효율부(DOGE)’를 폐지하거나, 머스크가 지지해 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백인 이민 지원 정책을 중단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면, 트럼프의 재정 정책과 머스크의 사업 기반 모두에 심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주가는 양쪽이 날을 세웠던 5일 하루만에 14% 하락했다.
DOGE (미국 정부효율부) 활동과 관련하여 이견이 있음을 나타내던 머스크는 마르코 루비오, 스콧 베센트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들과 갈등을 겪기 시작하였다. 머스크는 미국 연방정부를 효율화하면서 증세까지 해야 미 행정부의 재정 건정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봤지만 트럼프는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펼치면서 두 사람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이 격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임기를 마치자 뉴욕 타임스에서 2024년 미국 대선 선거 운동 기간 중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 마약을 포함한 다량의 약물을 복용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에 대해 처음으로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감세 법안에 대해 “역겹고 혐오스럽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한데 대한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X(SNS)를 통해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트럼프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와중에 “전기차·태양광 보조금은 줄이면서도, 석유가스 보조금은 그대로다. 이건 너무 불공정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며,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 49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를 향해선 “아주 배은망덕하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미국에서 중도층 80%를 대표할 새로운 정당 창당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제3의 정당 창당을 시사하는 설문을 올렸으며 트럼프는 마땅히 탄핵되어야 하고 부통령인 밴스가 그 자리를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