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뿐 아니라 공동체·노동시장에도 영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비자 단속으로 미국 유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특히 미국 내 전체 유학생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미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비자 단속이 27만5000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을 불확실성 속으로 떨어뜨렸다’ 제하 기사에서 이번 조치의 미국 내 파급력을 짚었다.
WP는 비영리기구 국제교육연구소(IIE) 집계를 토대로 현재 미국 내 고등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이 추산 27만7398명이라고 전했다. 이는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해당 기관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2024학사연도 기준 미국 내 고등교육 과정 유학생은 112만6690명이다. 이들 중 4분의 1 가까이가 중국 유학생인 것이다.
IIE 집계에 따르면 이들 중 23.3%는 수학과 컴퓨터공학, 17.1%는 엔지니어링, 12.7%는 기업·경영, 10.7%는 사회과학을 전공하며, 기타 전공은 12.8% 수준으로 파악된다.
미국 내 중국 유학생 중 44.3%는 석사 학위 취득이 목표고, 32%는 학사 학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 중 22%는 F-1 비자를 토대로 실무 수습 과정에 참여 중이라고 한다.
WP는 IIE를 인용,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의 경제적 영향력이 142억 달러(약 19조6073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주로 뉴욕,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중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비자를 제한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조치가 각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 그리고 그간 국제 유학생이 창업 등 분야에서 활약한 미국 노동 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미국 내 초당적 싱크탱크인 미국정책재단(NFAP) 소속 스튜어트 앤더슨 이사는 “국제 유학생은 특히 사업적 기질을 갖췄다”라며 “수백억 달러 규모의 스타트업 기업 약 4분의 1가량이 최소 한 명의 국제 유학생 설립자를 뒀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제교육자협회(NAFSA) 판타 아우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학자들이 그간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혁신에 기여한 바 있다며 “(국제적 교육 교류는) 분열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연결과 협력을 촉진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라고 했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국토안보부와 협력해 중국공산당(CCP) 연관자 및 중요 분야를 연구하는 자국 내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취소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비자 발급 심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이에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이데올로기와 국가안보를 구실로 중국 유학생 비자를 부당하게 취소했다”라며 “중국 유학생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양국의 정상적 인문 교류를 방해한다”라고 반발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외국인 유학생의 발언 및 학내 활동을 겨냥해 주요 대학을 상대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향후 자국 유학생의 소셜미디어(SNS) 심사 의무화를 위해 외교 공관에 비자 인터뷰 일시 중단을 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행보는 학내 반(反)유대주의 및 친(親)팔레스타인 발언·시위에 강경 대응하는 현재 행정부 기조와 맞물려, 사실상의 사상 검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