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코인부터 암호화폐 비축고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암호화폐를 정치적·상업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암호화폐 산업이 그의 두 번째 임기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자신이 발행한 밈코인 ‘$TRUMP’ 보유자 중 상위 220명을 백악관 만찬에 초청할 예정이다. 밈코인은 인터넷 밈(meme)의 인기를 기반으로 가치를 형성하는 암호화폐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도 ‘$MELANIA’ 밈코인을 발행한 바 있다.
이들 코인은 출시 후 큰 폭으로 급등하다 급락세를 보였다. $TRUMP의 경우 한때 시가총액이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했는데, 이번 만찬 소식이 알려지자 다시 반등세를 보였다.
시민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직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있고, 대가성 거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일가는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미국 지사에 투자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으로 법적 제재를 받은 기업으로, 창업자 창펑 자오는 지난해 4개월간 복역했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일가는 지난해 9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설립하고 암호화폐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도널드 주니어, 에릭, 배런 등 아들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고, 트럼프 일가는 지분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다. 초기에는 투자 유치에 실패했지만,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투자기관이 해당 코인을 활용해 바이낸스에 20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면서 주목받았다.
트럼프의 둘째 아들인 에릭 트럼프가 공동 설립한 암호화폐 채굴업체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나스닥 우회 상장에 나선다. 이 회사는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그리폰 디지털 마이닝과 합병할 예정이다.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지난 3월 말 설립됐고, 당시 에릭 트럼프와 그의 형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헛 8(Hut 8)’이라는 비트코인 채굴 회사와 손잡고 관련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적으로도 암호화폐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암호화폐의 증권·상품 분류 및 규제 권한 분산을 다루는 법안 등 두 가지 핵심 법안을 올해 의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상원의 스테이블코인 법안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암호화폐 사업 관여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디지털 자산 비축고’ 설립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는 금 비축고와 유사한 개념으로,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과 일부 암호화폐를 국가 자산으로 비축하는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일가는 과거에도 부동산·방송·브랜드 등 다양한 사업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둔 바 있지만, 암호화폐 산업과의 직접적 연계는 그 어떤 시도보다도 이해충돌 논란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