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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간 90개국 무역협정?…트럼프식 협상 각국 눈치 전쟁

 마감 50여 일 앞두고 발표된 건 단 2건…우선순위는 ‘트럼프의 변덕’

90일 안에 90개국과 무역협정을 맺겠다는 미국의 목표가 7월 8일(현지 시간) 마감을 앞두고 벌써 3분의 1 이상 지났다. 남은 기간은 50여 일이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협정은 단 두 건. 지난 10년간 협상을 이어온 동맹국 영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던 경쟁국 중국뿐이다. 두 나라 모두 관세는 낮아졌지만, 미국의 특별한 양보를 끌어내진 못했다.

남은 88개국도 외교적 수완을 총동원해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진전은 더디기만 하다. 협상 우선순위에 오른 줄 알았던 국가들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세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17일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협상이 들쭉날쭉한 상황에 대해 “시간이 지날수록 협상의 절박함은 커지고, 대부분 국가들의 목표는 7월 8일까지 협상 대기줄 맨 뒤로 밀리지 않는 것이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 개별 국가와의 무역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약 20개국을 협상 우선순위에 올렸다.

처음엔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대형 수출국을 최우선 협상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미국의 ‘분야별 관세 제외’ 요구가 불공정하다고 발언하자 일본이 순위에서 밀리고 그 자리를 인도가 차지했다.

인도는 자동차, 철강 분야에서 쌍방 간 관세 철폐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더디게 진행됐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러자 인도는 세계무역기구(WHO)에 미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서한을 냈다.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었던 미중 무역협상단이 현지에서 환대를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를 협상 우선순위에 올리겠다고 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일관되게 협상 대기줄 맨 뒤를 지키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대해 “중국보다 더 까다롭다”고 표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서로 다른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의 협상 전개 상황을 보면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모든 협상은 결국 대통령의 변덕에 의해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개별 국가와의 협상이 들쭉날쭉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세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미국 협상단은 속도전을 레버리지로 삼고 있다”고 짚었다.

통상적인 무역협상은 양자 간 협상으로, 일반적 조건을 정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그러나 미국은 한 국가와의 협상이 꼬이면 바로 다음 국가로 넘어간다.

실제 일본은 애초 협상 우선순위 대상에 올랐다가 자동차 수입에 대한 25%의 관세 철폐를 요구하자 협상은 중단됐다.

또 “중국 변수는 모든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제3국들은 양대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중국은 영국-미국 무역협정이 간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협정에 따르면 영국은 미국에 철강 수출 시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데, 미국이 영국 내 철강 공장과 관련해 누가 소유하고 있고, 어떤 자본이 들어와 있는지 관여할 수 있는 경우에만 면제가 가능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불만은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이라며 “일본은 미국의 ‘전략물자 통제’ 요구가 중국을 자극할까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협상가들은 모든 협상에서 “중국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예측 불가능한 쟁점들이 협상을 탈선시킨다”고 짚었다.

국가 간 무역 품목이 수십만 가지에 달하는 만큼, 각국의 불만도 각양각색이다.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품질을 문제 삼았고, 미국은 일본의 쌀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7월 8일까지 90개국과의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원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때까지 몇몇 추가 협정은 나올 것이고, 협상이 끝나지 않은 나라들과는 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해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자신의 위협이 신뢰할 만한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틀랜틱 카운슬의 조쉬 립스키는 “본보기가 될 국가 몇 곳은 생길 것”이라며 “대부분 국가들에게 목표는 ‘대기줄 선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맨 뒤로 밀리지 않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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