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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평화 호소한 대중 속의 교황 영면 하소서 “

“당신은 늘 ‘벽이 아니라 다리 놓으라’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 엄수… 25만 참석 마지막길 배웅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이 자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국가원수 약 50명과 130여 개국 대표단도 참석해 교황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이날 미사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목관을 성 베드로 성전에서 야외 제단으로 운구하며 시작됐다. 입당송(入堂頌)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에 이어 기도·성경·강독, 추기경단장으로 미사를 주례하는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의 강론이 진행됐다.

성찬 전례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의식도 이어졌다. 미사가 종료되자 신자들은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를 외쳤다.

장례 미사는 레 추기경 외 전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생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됐다.

과거에는 장례미사를 마친 후 사이프러스·아연·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으나, 평소 검소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쓰게 됐다.

장지 역시 전임 교황이 대부분 묻힌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묘지 대신 살아생전 즐겨 찾던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이 선택됐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것은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전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과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사이 거리는 약 6km 정도다. 운구 행렬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고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사람 걸음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 교황의 관은 이날 오후 2시~2시 30분쯤 장지에 도착할 전망이다.

교황은 과거 촛대 받침을 보관하던 대성전 벽면 안쪽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되며, 관이 놓이는 위치에는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진다.

앞서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 대사와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도 현지 사절단원으로 동행했다.

장례미사가 열린 이날부터 5월 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 기간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추모기도회가 열린다. 교황의 무덤은 오는 27일부터 공개된다.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5월 5~10일 사이 시작된다.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교황으로 평가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1일 오전 7시 35분,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선종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 태생인 그는 1282년 만의 비유럽, 최초의 신대륙 출신으로 2013년 교황에 선출됐다.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 호소한 대중 속의 교황 영면 하소서.  (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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