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측이 제안…최상목·안덕근 참여 ‘2+2’ 형태
정부 “일단 美 얘기 들어볼 것”…탐색전 예고
트럼프가 성과 도출 위해 협상 흔들 가능성도
한국 정부가 이번주 중 미국 측과 통상 문제 관련 고위급 협상에 나선다. 한국은 미국이 우선 협상 대상국(한국·일본·영국·호주·인도)으로 지정한 5개국 중 일본에 이어 두번째 타자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간만 유예한 상황에서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우선협상 대상국 5개국은 미국에게 외교적으로 중요성이 큰 나라들인 만큼 미국의 공세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 대한 우려감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각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 등 상대적으로 대화가 수월한 국가를 상대로 큰 성과를 챙기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번 통상 협의에서는 빠르게 진전을 이루려는 미국과 신중하게 탐색전부터 하려는 한국 사이에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에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상목 부총리와 안덕근 장관은 오는 22일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구체적인 협의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이번 통상 협의는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던 최 부총리에게 베선트 장관이 만남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양국간 조율 과정에서 경제부총리와 산업부 장관이 함께 참여해 정식 의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통상 협의로 규모와 위상이 확대됐다.
최근 미국의 관세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베선트 장관이 한국의 경제 컨트롤타워인 최 부총리를 대화 상대로 지목했다. 이는 관세 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 알래스카 LNG 사업, 조선업 협력 등 다양한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패키지 딜’ 형태로 합의점을 찾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 만남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이나 미국산 소고기 월령별 수입 제한 해제, 환율 이슈까지도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정부는 이번 협의를 미국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는 ‘탐색전’으로 규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카드를 꺼내 상대방을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스타일상 어떤 변수가 돌출할 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진행된 일본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직접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예고하고, 주일미군 방위비 문제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일본 대표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개입 이후 심야 긴급 회의를 개최하는 등 당황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관세 조치로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만큼 조기에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세 협상 이후 “큰 진전”이 있었다는 표현을 사용했고,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3~4주 안에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속도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화의 속도를 높이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상호관세가 부과될 때까지 80여일 가량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미국의 전략과 다른 나라의 협상 진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일단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고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게 어떤 부분이고 지킬 것은 어떤 부분인지 판단해야 한다. 너무 성급하게 가는건 굉장히 위험하다.”며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일본과도 소통을 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미국이 안보 문제 등 돌발적인 이슈를 제기할 경우에 대해 “그런 얘기가 나올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 즉흥적으로 하면 말려들 수 있다. 그쪽에서 센 카드를 내밀수록 그에 상응하는 우리의 카드가 뭐가 있는지 살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