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입품 미국 산업·일자리 위협한다고 주장
전문가 “많은 산업 자동화돼 리쇼어링 효과 적어”
관세, 연방 세수 2% 불과…소득세 대체 주장 어불성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이를 ‘해방의 날’로 명명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상호관세가 “2일 발표되는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처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2일부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관세도 3일부터 발효된다. 여기에 의약품, 반도체, 목재 등에 대해서도 품목별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경제학자들은 관세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 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수입하는 부품 가격이 비싸져 미국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호 관세에 어떤 국가와 품목이 포함될지 불분명해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아름다운 단어”라고 부르며 관세 정책이 미국 투자를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무역 적자를 줄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관세는 세수 증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타국을 압박할 때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자리 보호와 공급망 현지화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품이 미국 산업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런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면 관련 기업이 관세를 피하고자 미국에 생산 라인이나 공장을 개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단지 우리의 기업과 국민을 보호하고 싶을 뿐”이라며 “그들은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미국에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역 전문가는 많은 산업이 이미 자동화돼 리쇼어링(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긴 기업이 다시 돌아오는 현상) 생산이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다트머스대의 경제사학자인 더글러스 어윈 교수는 “철강 공장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와 함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낭만적인 노래가 연상된다”며 “오늘날 대부분의 작업은 엔지니어가 감독하는 장비를 통해 이뤄진다. 1980년대엔 1톤의 철강을 생산하는 데 10시간이 걸렸다면 오늘날에는 같은 양 생산에 1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징벌적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산, 캐나다산,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이들 국가가 미국 내 불법 이민자, 펜타닐 유입에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의회 연설에서 “그들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펜타닐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 통계를 보면 지난 회계연도에서 미국 북부 국경에서 약 19㎏의 펜타닐이 압수된 반면 미국 남서부 국경에서는 9525㎏의 펜타닐이 당국에 의해 압수됐다.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마약 당국에 따르면 펜타닐에 쓰이는 화학 물질은 때때로 우편을 통해 중국에서 멕시코로 보내지기도 한다.
한편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불법 국경 횡단 건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감소했다.
일부 무역 전문가는 관세를 위협으로 사용할 경우 다른 국가가 보복하여 미국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어윈 교수는 “미국에 보복하려는 국가들은 대체 자원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보잉에 관세를 부과하려면 에어버스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대두는 말 그대로 대두이고 밀은 밀이다. 미국에서 구매하지 않으면 캐나다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관세로 정부 세수 확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수조 달러의 세입을 확보해 국가 부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소득세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무역 고문인 피터 나바로는 관세 세수가 향후 10년에 걸쳐 6조 달러(약 8800조원) 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확실히 관세는 1800년대 당시 미국 세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부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미국은 소득세를 지속적으로 부과하지도 않았다. 오늘날 관세는 연방 세수의 약 2%에 불과하다.
학자들은 관세가 인상되면 제품 가격도 올라 소비자 수요가 감소하므로 세수 확보를 관세에 의존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또 상대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해 특정 미국 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국이 미국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후 2019년까지 미국의 수출액은 260억 달러 가까이 감소했다고 미 농무부 경제조사국은 밝혔다. 이에 미국 정부는 농민들을 돕기 위해 200억 달러의 긴급 예산을 편성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미국발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경제·통상 참모들과 회동하며 상호관세 계획의 마지막 세부 사항을 다듬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내일(2일) 진행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조치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개선하고 대규모 무역 적자를 줄이면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를 보호할 것”이라며 “내일을 시작으로 (미국이) 갈취당하는 일은 끝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리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주제의 행사에서 연설하며 상호관세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빗 대변인은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숫자는 모르겠지만 대통령과 그 팀에 전화해 관세 문제를 논의한 국가가 꽤 많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국가는 미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황금기를 돌려놓고 미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