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 재판관, 11차례 변론서 어떤 질문 던졌나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11차례 진행한 변론에서 재판관들이 집중한 쟁점은 계엄 선포의 적법성과 국회 활동 방해 여부였다. 중도 성향 김형두 재판관이 이 두 쟁점에 대해 증인 16명 중 13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보수 성향 정형식 재판관이 8명에게 질문했고, 진보 성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도 적극 참여했다. 김복형 정계선 조한창 정정미 재판관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김형두 재판관은 “다른 참석자들은 ‘내가 지금 국무회의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은데, 증인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했나”라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물으며 국무회의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형식 재판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장관들이나 증인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서명했나”라고 물으며 절차적 정당성을 따졌다. 이미선 재판관은 더 나아가 “이 사건의 계엄 목적은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었나. 이런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재판관들은 포고령 자체의 위헌성을 넘어 윤 대통령의 관여도와 인식 정도를 파악하는 데도 집중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포고령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한 점에 주목하며 국회 기능 정지 의도를 지적했다. 정형식 재판관은 “(포고령은)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게 아니고 비상계엄이 유지되는 동안에 반국가적 활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서면에 기재했는데, 국회·지방의회의 반국가적 활동이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 활동 방해 여부는 재판관들이 가장 치열하게 질문한 쟁점이었다. 문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없다”고 답했다. 정형식 재판관은 “질서 유지가 목적이라면서 왜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깼냐”고 김용현 전 장관에게 날카롭게 질문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을 상대로 ‘국회의원’ 대신 ‘인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를 추궁하기도 했다.
재판관들의 이런 질문은 국회 봉쇄와 의원 끌어내기 시도가 단순한 질서 유지 차원이 아니라 의도적인 국회 기능 방해였는지 가려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헌법기관인 국회에 대한 직접적 침해 여부가 확인되면 탄핵 사유로서 무게가 크다는 점에서 이 쟁점이 선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재는 선관위 압수수색 지시 여부보다 헌법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정당성을 검증하는 데 치중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김용현 전 장관이 국회를 봉쇄하고 여론조사꽃 등과 관련한 부정선거 및 여론조사 조작을 밝히면 국민이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느냐”며 선관위 압수수색의 의도를 확인하려고 했다.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는 윤 대통령 파면 여부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쟁점으로 꼽힌다. 김형두 재판관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 신빙성을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제치고 1차장에게 전화했다는 게 다소 이상하다”고 지적하며 증언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형식 재판관도 홍 전 차장에게 “검거 요청 메모가 어떤 경위로 작성된 것인지” “위치 추적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물으며 증언의 구체성을 확인하려고 했다. 이 쟁점은 윤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 여부와도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재판관들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심문에 나섰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