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턴 연방법원, “테러조직 소통 근거없어”
연방법원이 반전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추방 위기에 처한 컬럼비아대 한인 학생 정윤서(21)씨에 대해 이민당국이 시도하고 있는 구금 및 추방 조치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연방법원 뉴욕남부지법의 나오미 부흐발트 판사는 25일 “정씨가 지역사회나 외교 정책에 위험을 초라했거나 테러 조직과 소통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법원 판결이 있을 때까지 정씨에 대한 구금 및 추방을 중단하라”고 임시 명령을 내렸다.
앞서 정씨는 24일 연방법원 뉴욕남부지법에 친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구금하고 추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장에서 정씨는 “현 행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정치적 견해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합법적 영주권자를 추방하려는 과잉조치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배하는 것”이라며 “이민단속이 비시민권자 처벌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소장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구금이나 추방 등 강제 조치를 금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소장에 따르면 정씨는 현재 21세로 컬럼비아대 3학년이다. 정씨는 7세 때 미국의 대학원으로 유학 온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와서 계속 합법적으로 거주했다. 지난 2021년 영주권을 취득했고, 2022년 가을학기에 컬럼비아대에 입학했다.
정씨는 대학을 다니며 매학기 학점 3.99를 유지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했고 법률 분야 인턴십에도 참여했다. 정씨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한 일부 학생에 대한 대학 당국의 처벌 조치에 부당함을 느꼈고, 지난해 4월부터 컬럼비아대의 재학생 수백 명과 함께 가자지구 전쟁 반대 행사나 시위 등에 참여했다. 위 사진 당시 컬럼비야 대학의 농성 시위 현장 모습
그러나 정씨는 소장에서 “공개 성명을 발표하거나 시위를 조직하는 등의 두드러지는 역할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5일 버나드칼리지 건물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친팔레스타인 활동으로 퇴학당한 학생 3명에 대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시위를 벌이다 뉴욕시경(NYPD)의 해산 요구에 불응해 체포됐다.
뉴욕시경은 체포 당일 출석 통지서를 발부하고 정씨를 풀어줬다. 7일 컬럼비아대는 캠퍼스내에서 체포됐다는 이유로 정씨에게 임시 정학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정씨는 공공의 관심사에 관한 발언은 수정헌법에 의해 보호되기 때문에 불법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소장에서 밝혔다.
이후 연방 이민당국은 정씨를 구금하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했다.
소장에 따르면 지난 9일 저녁께 자신들을 연방국토안보부 요원으로 밝힌 법집행기관이 정씨 부모의 집을 찾아 “정씨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동시에 정씨는 “당신의 체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또 13일에는 법집행 요원들이 정씨의 기숙사를 포함해 컬럼비아대에 있는 거주지 두 곳에 대한 수색영장을 집행했다. 또 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정씨의 변호사에게 합법 영주권 자격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실제 연방국토안보부의 트리샤 맥라플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씨는 이달 초 버나드칼리지에서 하마스 지지 시위를 하던 중 경찰에 체포된 것을 포함해 우려스러운 행동에 연루됐다”며 “이민법에 따라 추방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정씨는 이민법원에서 자신의 사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씨 측 변호사들은 소장에서 연방정부가 벌인 일련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정씨는 체포되지 않은 상태로 미국에 거주 중이지만 정확한 소재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 정씨 뿐만 아니라 가족 역시 미국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는 만큼 정씨가 추방되면 영구적으로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정씨 부모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여동생은 올 가을에 미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 예정이다. 한인 영주권자이자 대학생인 정씨가 추방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내 한인사회도 크게 긴장하고 술렁이고 있다.
다만 뉴욕 일원 한인 커뮤니티나 정치권에서는 특별한 공개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뉴욕에 있는 일부 한인 기관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