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향해 “급진좌파 미치광이”…공화당 ‘기립박수’
100분 최장 기록, 민주, 5분도 안 돼 야유 세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이날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은 8년 전 집권 1기 때와 180도 달랐다. “사소한 싸움은 뒤로할 때”라며 통합을 외친 2017년 연설과 반대로 민주당을 “급진좌파 미치광이”로 몰아붙이고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을 13번이나 언급하며 질책하기 바빴다. 민주당이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동안 공화당은 기립박수를 쳤다. ‘트럼프식’ 분열 정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연설을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소란이 시작됐다. 그가 “수십년간 본 적 없는 (통치)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한 때였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공화당 의원들은 “USA”를 외쳤다.
민주당 앨 그린 하원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당신은 권한이 없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퇴장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그린 의원은 물러서지 않다가 경호원 호위를 받으며 퇴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이 재개된 뒤에도 ‘거짓(FALSE)’ ‘노 킹(NO KING)’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한 의원은 ‘이건 정상이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었다가 공화당 의원에게 빼앗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을 바라보며 “이들이 행복해지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미소 짓거나 손뼉 치게 할 수 있는 말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비꼬았다. 또 “최근 몇년 우리 사법체계는 급진좌파 미치광이들에 의해 뒤집혔다”며 “법과 질서의 붕괴는 이들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끝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문화전쟁 중심의 이날 연설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 의지를 보여준 2017년 첫 합동의회 연설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연설에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비판,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칭찬, 사회보장 혜택에 대한 사기 의혹 등 문화전쟁을 비롯한 정치적 갈등 요소가 가득 차 있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964년 이후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중 최장 기록을 세웠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39분31초간 연설을 이어가면서 이전 최장 기록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2000년 마지막 국정연설 시간(1시간28분49초)을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