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타운뉴스

올해 오스카 주인공은 5관왕 ‘아노라’… 인종·국적도 다양해졌다

 작품·감독·여우주연상 등 5부문 수상

 “비(非)전통적인 선택(Nontraditional choice)”  뉴욕타임스 등  평가

뉴욕 클럽의 스트리퍼를 인간적으로 조명한 영화 ‘아노라’가 2일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여우주연상 등 5부문을 수상하며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라트비아·브라질·도미니카 출신의 수상자와 수상작이 처음으로 호명되며 아카데미의 새로운 역사도 쓰여졌다.

이날 미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아노라’의 감독 션 베이커는 감독상은 물론 본인이 직접 작업한 각본과 편집상도 가져가며 3부문을 독식했다. 여우주연상은 ‘아노라’의 마이키 매디슨이 유력한 후보였던 데미 무어(‘서브스턴스’)를 제치고 수상했다.
‘아노라’는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와 배우조합 시상식에서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했으나 아카데미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현지에서도 “비(非)전통적인 선택(Nontraditional choice)”(뉴욕타임스·NYT)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위 사진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배우들. 왼쪽부터 에이드리언 브로디(남우주연상·브루탈리스트), 마이키 매디슨(여우주연상·아노라), 조이 살다나(여우조연상·에밀리아 페레즈), 키런 컬킨(남우조연상·리얼 페인).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노라’는 철없는 러시아 재벌 2세의 충동적인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스트리퍼가 러시아 재벌 부모가 보낸 하수인들을 피해 다니다 벌어지는 웃지 못할 코미디다. 베이커 감독은 “낙인만 있고 관심은 못 받는 성 노동자의 진정한 정체성을 관객들이 이해하고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성 노동자 커뮤니티에 감사하며 깊은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마이키 매디슨도 “앞으로도 성 노동자를 지지하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아노라’의 국내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작년 11월 개봉해 관객 5만5549명에 그쳤다.

남우주연상은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에게 돌아갔다. 브로디는 2003년 영화 ‘피아니스트’로 첫 아카데미를 품으며 최연소 남우주연상(29세343일) 기록을 세웠다. 밥 딜런 전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의 주연 티모시 샬라메가 올해 기록을 깰 것으로 기대됐으나 브로디가 두 번째 주연상을 가져가며 불발됐다.

이날 시상식에선 최초의 기록이 잇따라 쓰여졌다. ‘에밀리아 페레즈’에서 여자가 되려는 멕시코 마약왕을 돕는 변호사로 열연한 조이 샐다냐는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저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첫 아카데미 수상자이며, 자랑스러운 이민자의 후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 할머니는 1961년에 미국으로 건너오셨다”며 “꿈과 노력으로 이 자리에 서는 사람이 제가 마지막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장편 애니메이션 수상작인 ‘플로우’는 라트비아 최초,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아임 스틸 히어’는 브라질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작이다. 영화 ‘위키드’로 의상상을 받은 폴 타즈웰은 “이 상을 받은 최초의 흑인인 점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해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이처럼 미국 외 국가와 인종이 잇따라 아카데미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몇 년 새 다양해진 아카데미 회원 구성을 반영한다. 2014년 아카데미 회원의 평균 연령은 63세였으며, 남성이 76%, 백인이 94%였다. 이에 대한 편향성이 지적되자 아카데미는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신규 회원으로 점차 늘렸다. 최근에는 회원 중 여성이 35%, 비(非)미국인이 20%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아카데미에 ‘분루상’이 있었다면 최다 부문 후보작인 ‘에밀리아 페레즈’의 몫이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13부문이나 지명됐으나 투표가 한창이던 지난달 주연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과거 소셜미디어 혐오 발언이 일파만파 논란을 부르며 표심이 등을 돌렸다. 결국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매해 시상식에서 기리는 ‘올해 숨진 영화인들’ 영상에는 진 해크먼, 데이비드 린치, 제임스 얼 존스, 매기 스미스 등이 포함됐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리사는 K팝 가수로는 처음으로 축하 무대에 등장해 007 주제가인 ‘리브 앤드 렛 다이(Live and let die)’를 불렀다.

Related posts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 마감일 하루 앞으로

안지영 기자

윈스턴 처칠부터 밥 딜런, 알베르 까뮈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

안지영 기자

‘트럼프 경호 실패’ 비밀경호국장, 청문회 하루 만에 사임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