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 대통령 9차 변론기일에서 변경 신청 입장 밝혀
헌법재판소가 형사재판을 이유로 오는 20일 탄핵심판 재판 날짜를 바꿔 달라는 윤석열 대통령 측 요청을 물리쳤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의 거듭된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당초 계획했던 일정을 한 시간 늦춰서 진행하기로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8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제9차 변론기일을 시작하면서 “첫번째 공판 준비기일(형사재판)이 오전 10시이고 오후 2시에 탄핵심판을 잡으면 시간 간격이 있다”며 “재판부가 주 4일 재판을 하고 있고 증인 조지호(경찰청장)에 대한 구인영장 집행을 촉탁하는 점, 10차 변론기일에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3명을 신문하는 점을 종합해 20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윤 대통령 측은 20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제10차 변론기일의 일정을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다. 당일 오전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일정을 변경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국회 측은 윤 대통령 측의 신청이 ‘지연 전술’이라는 취지의 신청서를 지난 15일 헌재에 제출해 맞섰다.
다만 헌재는 이날 변론 도중 윤 대통령 측 요청을 수용해 10차 변론기일의 시간을 1시간 늦추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오후 3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오후 5시,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오후 7시에 각각 신문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또한 한 총리의 경우 당초 윤 대통령 측이 요청한 증인이었으나, 국회 측 신청을 받아들여 쌍방 증인으로 정했다.
국회 측과 윤석열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8차례 탄핵심판 변론 과정을 정리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국회 측은 비상계엄은 명백한 위헌·위법하기 때문에 헌재가 윤 대통령을 신속하게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국민 호소용 계엄’이라며 헌법적 틀 내에서 계엄을 실행됐다고 맞섰다.
헌재는 이날 오후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기일은 그동안의 변론 과정에서 이어진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정리해 의견 진술을 들었다. 그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증거 조사도 실시했다.
국회 측은 헌법수호를 위해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신속히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헌정수호, 국민의 자유와 안전 등 모든 헌법 수호 관점에서 파면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이유로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주장하며 국민 호소용 계엄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야당의) 줄탄핵·헌재 구성 방해, 예산 폭거, 이재명 방탄 입법, 정부 정책 법안 발목 잡기 등 현정부의 사법과 입법 행정 마비시키는 일을 했다”며 대통령께서 단시간 내 국민 호소용 계엄 실시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종합 진술에서 계엄 선포 배경으로 줄곧 지목해왔던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제기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여러 사례가 있음에도 선관위가 제대로 확인은 하지 않고 단순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 과정에서 증인들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된 국회 봉쇄 지시, 의원 끌어내라 지시, 정치인 체포 지시를 모두 부인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헌재를 찾았으나 참석하지 않고 구치소로 바로 돌아갔다. 이날 절차는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 양측이 발표하는 것인 만큼 직접 의견을 발표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윤 대통령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