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01… “50개 주에서 50개의 시위를 같은 날 벌이자”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산발적으로 이어지던 반대 시위가 ‘50501’(50개 주에서 50개의 시위를 같은 날 벌이자)이라는 이름 아래 5일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국제개발처·교육부 등 연방기구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려 하고,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직원들을 보복성으로 대량 해고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위기감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처음 제안된 이번 시위는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번져나가며 전국 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이날 수도 워싱턴 연방의사당 건너편 어퍼 세네트 공원은 낮 12시가 되자 점심시간을 반납한 수천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들을 광장으로 끌어낸 촉매제 중 하나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 폐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개발처의 모든 지출을 90일간 중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전날엔 “점진적 폐지가 답”이라고 말했다. 1961년 존 에프(F.) 케네디 대통령이 외국원조법에 서명하면서 설립된 이 부처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 보건, 교육, 민주주의 강화, 인도적 지원 등을 담당한다. ‘효율’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엔 눈엣가시지만, ‘세계를 돕는 선한 강대국’이라는 전통적 미국상을 상징하는 기구다.
시위대의 분노는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게 집중됐다. “아무도 일론 머스크를 선출하지 않았다”, “대통령 머스크를 탄핵하라”, “유일하게 위험한 소수자 집단이 있다면 그것은 억만장자” 등의 푯말이 넘실댔다.
어머니와 버지니아에서 왔다는 레베카는 “트럼프는 사실상 거의 모든 기구와 단체를 폐쇄하려 하고 있다. 오늘 시위는 주로 개발처를 위한 것이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머스크처럼 선출되지 않은 사람이 모든 데이터와 자금을 다루고 있다. 아무도 막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계속될지 위기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적극적으로 트럼프 반대 시위에 참여해왔다는 마이크 페인은 “대통령 행정명령에도 한계가 있다.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며 “특히 일론 머스크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둘 권리는 절대 없다. 이것은 헌법적 위기다”라고 강조했다.
개발처라는 ‘미국표’ 인도주의 기구의 종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포감을 표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참가자는 “이 기구는 ‘탄광 속 카나리아’다. 트럼프가 앞으로 취할 여러 조치들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도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선출되지 않은 머스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가 이끄는 부서는 정식 기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든 푯말은 “오늘은 개발처. 다음은 우리 차례”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연방정부 기관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에 맞선 법적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조, 시민단체들은 전날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불법이라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수사국(FBI) 요원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수사를 진행한 요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려는 것은 대규모 숙청의 신호탄이라며,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노동조합 및 퇴직자 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의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근을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