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증언 “사관학교 후배니까 도와주라고 계엄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에서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하는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변론에서 계엄 당일 문제가 될 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계엄령이 지속된 시간이 짧았고, 계엄이 선포된 당시에도 군사 작전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탄핵 사유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 피청구인 신분으로 변론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다른 형사 범죄 사건과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론 실제 일어난 일, 예를 들면 정치인을 체포했다거나 누구를 끌어냈다거나 하는 일이 있었을 때 이러한 일의 경위를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얘기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하는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는 느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실제로 벌어진 일이 거의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수도방위사령부 군 10여명 정도가 국회에 겨우 진입을 했고, 총기도 휴대하지 않고 있었다“며 ”특전사 요원들도 본관에서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가 소화기 공격을 받고 다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계엄이 해제돼서 군 철수를 지시했다. 상식에 근거하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겠나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윤은 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방첩사 도우라’고 전화했다”며 “계엄과 무관한 얘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가 만약 계엄에 대해 국정원에다 뭘 지시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직접 하지 차장들에게는 하지 않는다”며 “1차장에게 계엄과 관련한 부탁을 한다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정원에다가 방첩사 도와주라는 이야기는 조태용 국정원장 때나 늘 한다”라며 “국정원은 정보가 많고 예산지원을 좀 해주라는 이야기, 또 (여인형이) 사관학교 후배니까 좀 도와주라고 계엄사무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홍장원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의 ‘싹 다 잡아들이라’는 말뜻 그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은 “당시 통화 내용을 보면 대상자, 목표물을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달 3일 오후 10시 53분쯤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이번에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