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연재소설 타운뉴스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79)

안동일 작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

광암은 기도에 들어가기 전에 좌중애게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보다 먼저 천주의 가르침을 받은 만천 백록(백다록을  줄여 백록 이라 불렀다) 형제는 초심자의 기도는 자신이 천주님께 바라는 바 보다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오늘은 날이 날인 만큼 자신의 각오와 느끼고 있는 처지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천주께 여쭙고 상의 드리도록 하십시다. 우리 기도의 출발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광암이 만천 승훈을 위시해 동의를 구했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었다.

광암, 세자요안의 기도는 계속됐다.
“천주여 이 땅을, 이 민족과 이 백성들을 굽어 살피 소서,  예전에 유다 민족을 선택하셔서 축복과 엄벌을 교대로 내리셨듯이 이제 우리 민족 우리 백성들에게도 그리하시기를 앙망하옵니다. 잘 할때는 상을 주시고 못할 때는 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이땅은 지금 천주님의 뜻을 전혀 모른채 그뜻 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 지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위로는 임금에서 부터 조정 신료, 그리고 백성들이 천주의 가르침을 알게 하기 위해 갖은 애를 마다하지 않는 천상의 군대가 되겠습니다.  천주여  우리 백성들을 굽어 살피 소서, 백성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 하나 하나에 천주님의 가호와 가피가 계속 될 것을 믿으며 이 모든 기도 야소 기리스도님의 이름을 통해 올리옵니다. 아문”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결기가 어려있는 아문 소리가 모두의 입에서 나왔다.  광암은 민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모르는 말은 아니지만 그때 까지만 해도 자주 쓰이지 않는 생소한 단어 였다. 성서에 등장 하는 모양이었다 광암은 세자 요안은 우리는 문제 투성이인 이땅을 바로 잡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일대 선언이기도 했다.

직암 방락(방기저 사백락) 권일신의  차례였다.  방락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첫소리를 냈지만  목소리는 심하게 떨려 나왔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천주님,  오늘 저를 비롯하여 우리 일행을 천주님의  종으로 받아 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천주님의 뜻에 따라 이땅의 모든 백성이  살만한 세상,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각오로 여기 모였습니다. 그 길이 천주님의 종으로서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셰례를 받았습니다.  지금 이땅에는   억압과 수탈 그리고 반목과 질시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을 평온과 은혜가 살아 있는 세상으로 바꿀  등불같은 조직이 진작 부터 필요 하다고 느껴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세상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천주 성부님을 만나고 저희들은 왜 세상이 이렇게 고단하고 피곤해졌는지 이제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그러려면  어찌 해야 하는 지도 어렴풋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찌 해야하는지, 어찌 살아야 하는지 열심히 참구 하겠습니다. 우리의 뜻에 따르는 한사람이 두사람이 되고 두사람이 열 사람 백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천주께서도 네 시작은 미약 했으나 그 끝은 창대 하리라 하셨습니다. 작은 출발이지만 그 미래는 장대하리라 믿습니다.  우리들의 동량 광암 세자 요안이 말씀드린 대로 이 민족을 찾아 주신 천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저도  매일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세상의 창조주이신 천주 성부님, 오늘 우리는 촛불을 들었습니다. 등불을 들었습니다. 천주님 감사합니다. 야소 기리스도의 이름 받들어 기도 하였습니다. 아문”

광암의 기도에도 등불 조직의 성립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일동의 아문소리는 광암 때 보다 더 크게 울렸다.

이어 기도를 올린는 승훈 백록은 자신이 신자가 된것이 자랑스럽다면서 천주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 저는  왜 살아야 하는지,  세상은 어떻게 이루어 졌으며 인간은 어떤 존재 인지 항상  궁금해 왔는데 천주의 가르침을 접하고 눈과 귀가  환히 열리면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천주님은 이제 제 인생의 주인이십니다. ”

“천주를 향한  희망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어렵사리 찾은 연경땅 에서 제가 받은 성신은 제 마음 속에 그 어떤 것보다 큰  사랑을 부어 주셨습니다.  그 큰 사랑을 자랑스레 주변 도반들에게 나눠줄 만큼 이었습니다. 우리 죄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에 천주 께서는 당신의 때가 이르러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당신 자신이신 아들을 보내 죽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아 나셨습니다. 이제  우리 도반들은 이제  그 사랑의 구원을 이땅에서 이루려 합니다.부디 자비를 베풀어 우리와 함께 해 주소서”

곤자 이존창은 신분제도를 한탄 했다.  그런데 그는 첫 머리 에 직암 때문에 모임에 들었다는 얘기를 고백해 직암을 속으로 당황하게 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저는 오늘 직암 형의 당부에 따라 세례를 받았습니다. 제가 따르는 직암 권일신 의 말이라면 따를 수 밖에 없었고 그가 가는 길을 함께 가야 했기 때문 입니다.  그의 길이 이 세상을 바꾸는, 적어도 바꾸려고 시도하는 길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

“천주님 이 땅은 정말 공평하지 않습니다. 이땅의 신분 제도야 말로 말도 안되는 부당함과 폭거의 연속입니다.  ‘자신의 죄도 아닌 데 왜 태어나가지고’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저만해도  부당한 현실에 견딜 수 없어 외람되지만 여러번 세상을 싹 다 불질러 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었습니다. ”  그때 존창의 목소리는 더욱 떨렸고 이내 흐느낌으로 변했다. 모두들 울컥 해야 했다. 그리고 반성해야 했다.

요안 최창현도 그랬다. 그는  “천주님 고백 하건데 소인은 아직 천주님을 자세히 모릅니다. 죄송 합니다.” 라는 솔직한 고백으로 로 기도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기도 또한  신분제도에 대한 하소연, 푸념 으로 이어졌다. 강학 일동 들도 중인 평민들이 이토록 한에 맺혀 있다는 사실은 새삼 피부로 절감한 절절한 기도 였다.

” 우리  중인들의 괴로움은 어려운 일은 우리가  다 하는데 공은 양반들이 다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불평등의  조선은 진작부터 이제 망국의 길에 들어서 있습니다. 조세 제도가 너무도 잘못 돼 있는데다 그 운용도 잘못하고 있으며  부역이 너무 심합니다.  이런 세상을 혁파하고 바로 세울 등불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광암 이벽과 직암 권일신 어른의   말은 소인을 흔들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깨 닫게 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이들을 도와 정진 하겠습니다.”

도마 김범우의 기도는 모범 기도였다. 그는 북경 성당을 두어 차례 견학 한 인물 이었고 평소에도 기도를 한다고 했다.

“천지 만물과 우리 인간을 만드시고 세초부터 세말까지 영원히 다스리시는 천주 성부님 허물과 죄 가운데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존귀한 자녀를 삼아주심으로 이 시간 그 감사함을 복받치는 기쁨으로 예배를 올려 드립니다.
때가 되면 우리가 언제라도 천주님 앞에 서야 할 것을 생각하면서 담대한 결단과 믿음으로 승리하며 살아가는 성도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시작된 우리의 교회가  건강한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천주 성부님.  우리 성도들에개 풍요의 혜안을 주시옵소서. 항상 저희와 함께하는 주님의 은총으로 영혼이 잘됨 같이 범사에 형통의 길을 가게 하옵시고 감사와 사랑이 넘치며 복을 누리는 은혜가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앞으로 믿지 않는 백성들이 다 천주님 앞으로 몰려오며   여러 문제들이 은혜로 풀려가며  믿음 안에서  복된 장래가 열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이 성찬을 통하여  늘 천주님과 동행하며 형통한 길을 가는 결단의  출발이 되게하여 주시옵소서.   이 시간 성부 성자 성신의 도우심을 따라 우리에게 주실 말씀의 은혜와 그 권능을 누리기를 소원하오며  우리를 구원하신 야소 기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하옵나이다. 아문.”

이때의  복창 소리가 가장 컸다.

자산 정약전은 독특한 논리로  삼위일체와 천주강생, 부활, 그리고 재림과 심판의  교리를 설명 했다. 의외 였다. 자신 내면을 더욱 다지려는 의도로 느껴 졌다.

“오늘 우리는 천주의 죽움, 아드님의 죽음으로  대신 살아났습니다. 천주께서는 우리 죄많은 인간을 위해서 죽으셨습니다 옳은 사람을 위해서 죽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혹 착한 사람을 위해서는 죽겠다고 나설 사람이 더러 있을 지 모릅니다. 그런데  천주께서는 우리 죄인을 위해 죽으심으로써 우리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는 죄인입니다. 천주의 높은 뜻을 몰랐던 죄인입니다. 그래서 이땅은 진노의 땅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제  천주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었으니 모두 성부이신 아드님  야소 기리스도의 덕분으로 천주님의  진노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원수였던 때에도 그 아들의 죽음으로 하느님과 화해하게 되었다면 하물며 그분과 화해가 이루어진 지금에 와서 우리가  구원을 받으리라는 것은 더욱 확실한 일이 되었습니다. 오늘 저희들의 세례가 그 첫걸음 이었습니다. 우리는 부활한 것입니다.”

“야소의 부활이 그분의 부활로만 끝났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분의 부활로 인해 내 부활, 우리의 부활이 보장됐기에  그것이 나와 우리에게  의미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야소 기리스도 그분과 연결시켜 생각하고 그것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궁극적으로 하느님께서 선으로 이끌어 가신다는 것을 믿으며 살겠습니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작은 부활을 사는 삶, 그리고 주변과 이웃을 부활과 중생으로 이끄는 삶이 될 것입니다.”

” 천주 성부님.  모든 것이 의중에 계시다지만 아직은 더 큰 부활 ,재림을 하실 때가 아니라고 사료 됩니다. 지금 오시면 천주님의 모상으로 지으셨다는 이땅의 인간들, 백성들이 모두 다 지옥 불에 빠질 뿐입니다. 우리를 한번만이라도 군대로 사용해 주시고 우리들이 잘못했을 때 그때 내려오셔서 하셔서 심판을 내려 주십시오, 우리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예수 재림과 지옥불 심판에 대해 직암도 무언가 부족하고 답답함을 느껴 왔는데 약전의 이 호소는 유치한듯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나름대로는 절절하면서도 정연한 이해 였다.

막내 약망 정약용의 기도가 이채를 띠었다. 그는 젊은 군주 이산에게 복을 내려 달라고 천주께 매달렸다. 그 다운 기도였다.
“천주님 지금 이 나라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앞선 성도들의 한탄처럼 이땅은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문제들을 해결하는 등불로서 우리 공동체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피를 내려 주시옵소서.  특별히 천주님께 아뢰고 하회와 같은 은혜를 청할 일은  이 나라의 상감 마마를 지켜 주십사는 앙망이옵니다. 지금의 주상은   구태를 일소 하고 새롭게 나라를 일떼 세우려 노심초사 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분에게 힘과 지혜를 내려 주십시오. 그가 초심을 지킬 수 있는 강건함을 내려 주십시오 . 미약하고 어리석은  저는 천주 성부님의 뜻이 거기에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정진하겠습니다.”

약용은 이태 전인 1782년, 서울에 집을 마련하여 정착 한 후 과거공부에 전념하였고 1783년에 세자 책봉 경축 증광시에 합격하고 회시로 생원이 되었다.  22세의 약용은 연말에  진사 까지 되어 성균관에 들어갔는데, 매달 치르는 시험과 열흘마다 치르는 순시(旬試)에 매번 높은 성적으로 뽑혀서 책과 종이와 붓을 상으로 하사받으며 상감(정조)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계속)

 

Related posts

민권센터, 1세대 2세대가 어울린 커뮤니티 피크닉

안지영 기자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19회

안동일 기자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36)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