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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북> 어른이 된 타이슨의 아름다운 패배

안지영 기자   “모든 사람이 1등에만 열광하는 게 아니라구…”

지난 금요일, 텍사스 알링턴 스타디움에서 전설의 복서 마크 타이슨과 2천만 유튜버 제이크 폴의 대결이 있었다. 이 세기의 대결은  넷플릭스가 생중계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나 또한 넷플릭스 구독자라 꽤 오래 전 부터 접속 할 때 마다 대결에 대한 알림을 받아왔기에 기대가 컸다. 복싱의 역사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악동 마크 타이슨은 58세,  젊은 프로복서이자 유튜버인 제이크 폴은 27세.  썸네일을 보기만 해도 흥미진진 한게 누군가와 짜장면 내기라도 하고픈 마음 마저 들었다.

당신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겁이 많으면서도 유난히도 상남자들의 복싱을 좋아하던  아버지 덕에 나는 어려서 부터 귀여운 악동 타이슨의 팬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 최애 강아지 인형의 이름이 타이슨이다.

타이슨의 나이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는 이길 수 없는 게임인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혹시나 해서…’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봤다.   이미 다 알려진 결과, 이 날 타이슨은 심판 전원일치 0-3으로 판정패 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결론이 난 게임일 수도 있다.

타이슨의 패배에 대한 한국의  언론들이 뽑은 헤드라인에 개인적으로 실망이 컸다. “솜주먹으로 279억 번 타이슨”,  “핵주먹 타이슨, 핵따귀만 남기고 판정패” , ”58세 타이슨 무너졌다” 등등… 물론 좀 마일드하게 제목을 뽑은 매체도 있지만 내 마음에는 차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타잇슨의 노령 연금수령 경기나 다름 없었다” “짜고 치는 돈 벌이 대련을 보는거 같아서 마음이 안좋았다” 등 경기에 대해 생각 보다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아보여 착찹했다. 그가 비록 판정패 했다지만 서른 한살이나 어린 제이크 폴을 상대로 마지막 라운드 까지 포기 하지 않는 모습이  나에겐 무척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과거에는 경기 중에 성질 나면 심판도 주먹으로 때려눕히고 상대 선수의 귀를 물어 뜯기도 했으며  음주, 성폭행 논란이며 …집에서 호랑이를 네 마리나 키우다가 호랑이에게 주먹을 날리기도 해 정말 ‘말썽꾼’ 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았더랬다.
그러나 엊그제 속칭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웠던 경기에서 본 타이슨의 모습은 ‘어른’ 이었다. 물론 경기 전날 계체량 행사에서 그를 자극하며 다가온 제이크폴의 뺨에 싸대기를 날리긴 했지만 이 부분은 경기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어느 정도 상호 합의하에 벌인 ‘퍼포먼스’ 였다는게 내 생각.

두 선수는 등장부터 달랐다. 먼저 등장한 폴은 초록색 차를 타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중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뒤이어 나타난 타이슨은 현역 시절처럼 검은색 상하의를 걸치고 덤덤하게 링 위에 올랐다. 오히려 유난스런 퍼포먼스를 보이지 않은 타이슨에게 더 큰 환호가 쏟아졌다.

경기 초반 타이슨은 링 중앙을 점유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선보였고, 큰 펀치를 휘두르며 전성기의 날렵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기 중반들어서는 제이크폴이 기세를 잡았고 타이슨은 그가 연이어 날리는 펀치에 맞기도 하고 조금 지치는 기색이 보였다. 당연히 타이슨이 뻗는 펀치도 후반으로 갈 수록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그는 그 와중에도 젊은 선수의 펀치를 어찌나 잘 피하던지 그 순발력과 민첩함은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해 보였다. 주먹을 날리지는 못해도 젊은 녀석에게 맞고 쓰러지지는 말자는 결의가 보이는 몸짓이었다. 나도 쓰러지지만  말라고 그러면 이긴거라고 소리치게 됐다.
또한 ‘레전드’ 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젊은 제이크 폴의 고민이 느껴지는 후반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였다. 경기 종료 10여 초를 남기고 어린 복서는 글로브를 찬 두손을 공손히 모은채 레전드에게 고개를 숙여 존경을 표했다. 그리고 큰 아버지 뻘인 ‘전설’은 그와 주먹을 맞대어 주며 안아주었다. 이 장면이 나에게는 가슴이 뭉클할 정도의 감동이었다.
경기는 제이크폴의 승리였지만 나는 타이슨이 진정한 승리자라고 느낀다.

원래 이 경기는 지난 7월 20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6월, 타이슨이 마이애미에서 LA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궤양 발작으로 쓰러져 연기됐다. 그 이후 타잇슨은 8차레 넘게 수혈을 받고 치료하면서 이 경기를 준비해 왔단다. “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어린 선수와 8라운드 동안 맞서 끝까지 버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는 그를 보며 이제야 철든(?) 모습의 타이슨을 보게 됐다.

그저 전설로 남아 있어도 되는 선수가 굳이 예순이 다 되 건강도 그리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팬들을 위해 링 위에 선 것만 해도 충분히 의미있지 않은가. 그ㅡ 감동과 의미는 보려하지 않고 그저 ‘돈’ 때문에 ‘쇼’한거라고 지적질 하고픈 사람들에겐 우리집  ‘타이슨’ 의 핵주먹을 날리고 싶다.

타이슨이 당일 X 계정에 올린 소감 글은 불과 5시간도 지나지 않아 1,440만여 명이 읽었다. 그 중 490만 1,0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4만 1,000여 명이 Repost했고, 19,000여 명은 댓글을 달았다.

우리집 타이슨이 말한다. “정신차려, 모든 사람이 1등 에게만 열광 하는게 아니라구, 세상에는 아름다운 패배도 있으니까…사람이 빵으로만 사는게 아니라구!”

P.S. 타이슨은 이번 경기에서 대전료 2000만 달러 (약 279억원), 제이크폴은 4000만 달러(559억)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부디 일부분이라도 좋은데 쓰여지길 바래본다.  (안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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