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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72)

  안동일 작

“천주의 가르침은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믿어야 할 신비”

광암이 나섰다.
“동섬 숙사 께서는 참 어떻게 그런 대목만 기억 하고 계십니다. 그려.  그 대목들은 야소의 인성을 강조하고 천하 만물이 인간을 위해 창조 됐고 천주의 영광을 위해 복무하게 돼 있다는 그런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잘못 됐다는 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알려진 복음서들이 더 사실적이며 신뢰감을 주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일세, 복음서, 성서에 나오는 묘사들이 정말 잘 그리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네, 몇번의 번역을 거치면서도 생생하지 않은가.  몇가지 실수로 보이는 대목들이나 중첩 중복 되기도 하고 상반된 이야기들은 일부러 그런것 아닌가 하는 생각 까지 든다니까…”

“열심히도 연구 하셨군요, 성서는 사람이 기록한 글이기는 하지만 성신, 성령의 힘으로 쓰여진 글이라고 여기는 것이 천주학의 전통 입니다. 저도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

“알고는 있네 , 계속 얘기 하지만 사람이 창작했다 하더라도 그쯤이면 참으로 대단한거야. 그래서 내가 서사라고 하지 않는가.  참 덕조 자네 성령 성신이라고 했는가?  그런데 나야 말로 그 성령 이란 것에 대해 그리고 그 반대 되는 악령 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소양이 없네, 몇가지 의문도 있고 , 아직 이해도 되지 않고..그래서 한번 물어봐야 겠다 싶었다네.”

“그러시겠죠, 그렇기 때문에 숙사 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진심으로 천주학에 몰두 해 보시라는 제 말씀입니다. 저는 성령을 확실히 받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첫날 교요서론 읽을 때 그랬습니다. “
“그 얘기는 직암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네 .”
두어번 얘기했을 뿐인데 동섬은 과장을 하고 있었다. 아니면 그만큼 강렬 했다는 뜻 일까.

“천주학 천주교는 다른 신앙과는 달리 성령의 존재와 그 위력을 시시각각으로 느끼면서 감격하는 신앙입니다. 들어와 보십시오.”

사실 직암도 그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이렇다 하게 말할것이 없었다.

동섬이 말을 이었다. 천주학의 악령, 귀신에 관한 얘기었다.
” 이를테면 어느 유다지방 마귀와 지방의 돼지 떼에 관한 대목이 나오지 않는가, 거기서도 마귀의 존재가 등장하는데  거기서는 야소가 참으로 비정하게도 마귀를 돼지들 속에 들어가게 하여 돼지떼가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 속에 빠져 버렸다고 하지 않던가 ,  아깝게도 수백 수천 마리 돼지떼와 함께 ….  나는 전능자인 야소가 다른 때 처럼 마귀들을 그냥 조용히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었는데 왜 그리 과격하게 몰아붙혔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네, 자네들은 어떤가?”
“어디서 그런 대목을 읽으셨습니까? 부끄럽지만 저는 금시초문이 올시다 숙사.”
“허허 천하의 광암 덕조가 모르는 것도 있네 그려,  실은 지난번에 포천의 순암당에 갔을때 스승님의 서가에서 파사집이라는 청국 유자들이 쓴 천주학 비판서를 발견하고 읽어 보았네. 파사현정 할때 그 파사라네 그 책을 보면….”
이야기도 끝나기 전에 광암이 끼어 들었다.
“그런 책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순암 어르신은 벌써 구하셨군요”
“빌려오고 싶었는데 어르신이 도끼눈을 뜨시면서 자네도 천주학에 관심을 갖고 있나 하시며 감추시는 바람에 서가에 서서 대충 훑어 본 것이 전부이지만 오히려 그 책이 천주학 경전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네.”
“그러셨군요.”
“거기에 보면 양명국이라고 자네들도 이름을 들었을 학자가 쓴 ‘이마두 비판’ 이라든지 편찬자인 서광치의 천당 지옥, 연옥론의 해괴함이 있었고 복음서에 대한 조목조목의 비판론이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  뒤의 비판 부분을 빼면 천주학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듯 싶었네”

“돼지떼와 미귀의 대목도 야소가 이율배반 이중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비판하기 위해 저들이 들은 대목일세, 나는 오히려 마귀, 악령의 위험성을 그만큼 강조 한것으로 받아들여 졌네만…악령이 무언지 잘은 모르겠지만 서두…”
“잠시 훑어 보기만 하셨다면 참으로 깊이도 보셨습니다. 실은 저도 천주학에서 말하는 악령에 대해서는 참구 중입니다. 그 책을 꼭 봐야 겠군요.”
직암과 광암은 고개를 주억 거렸고 그 책을 어떻게든 구해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직암은 얼마 뒤 부인 안씨와 함께 장인을 찾아가 그책을 기어코 빌려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왕은 이어지고 있었다. 순암은 사위에게는 크게 뭐라고 하지 않고 성큼 빌려 주었다. 잘 보고 이사람들의 뜻을 헤아리고 천주학의 굴레에서 벗어나라는 생각에서 였을 게다. 그런데 실은 사위는 그때 이미 세례 까지 받고 있았다.

명말청초 천주교 세력의 확장에 위기를 느낀 중국 유가 불가의 지식인들이 천주교를 비판한 글을 모아 엮은 책이 <파사집(破邪集)>이다. 유교와 불교를 기반으로 천주교 교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서로 다른 세계관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어 동서 간 정신문화의 첨예한 대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책의 주요 내용은 앞으로 광암의 천주학을 설명하면서  여러차례 인용 될 터이기에 굳이 여기서 다 소개할 필요는 없지만 직암과 광암이 함께 박장하며 읽었던 마귀와 아귀가 나오는 대목을 잠깐 소개 해본다. 이책은 몇번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끝내 원주인 순암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이 책에는 ‘여곽극언’ (藜藿亟言) 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소설형식을 빌고 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유자 여곽이 서학 오랑캐들이 공자를 ‘마귀’라고 부른다고 해서 ‘이 어찌 사람의 모습을 가진 자로서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인가? 하고 이를 따지러 연옥까지 찾아간 대목이다.
그곳에서 만난 중국 선교사 애유략(알레니)·용화민(롱고바르디) 등이 말했다. 당시에는 세상을 떠난 실제 인물들로 보여진다.

“이곳은 연청지옥 (鍊淸地獄, 청정을 수련하는 지옥)의 일종 인지라 그다지 큰 고통은 없습니다. 천주교를 따랐으되 지극함에 이르지 못한 자들이 이 지옥에 들어가는데, 대체로 천당의 아류라고 할 수 있지요.”
내(여곽)가 말했다.
“천주라는 분은 내가 알 수 있는 바가 아니고, 여러 개의 천당이란 곳이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인가?”
그들이 대답했다.
“천주교를 믿으면 오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백성이 천당에 오르는 것은 흔한 일인데, 공자님은 지옥에 떨어져야 한단 소린가?  백성이 있은 이래로 공자만큼 크게 찬양받았던 사람도 없는데, 공자가 지옥에 갔을 것이라고 판단하다니, 공자를 어찌 그리 천히 여기는가? 그러면서 너희들은 오히려 다 같이 천당에 갈 것이라고 판단하다니, 스스로를 대함이 어찌 그리 거만한가!”

그러면서 곽유의 한탄과 분통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세상의 착한 일 올바른 일과 천주의 올바른 일이 다르기에 세상의 의인 공자가 지옥에 들어갔다고 믿는 교도(敎徒)라면, 자손 있는 자로서 절대로 그 자손이 공자와 인연을 맺지 못하도록 해야 마땅할 것이 아닌가. 찬양한 자들의 혀도 뽑아 버려야 마땅한 일일 터.  그런데도 기어이 자손에게는 공자의 사서오경을 익혀 세상의 녹봉을 취하게 하고, 세상의 녹봉을 취한 후에는 화려한 옷을 입고 진수성찬을 먹으며 성현의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게 하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무렵 천주학을 받아들인 유자 관리들이 꽤 많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고는 더럽고 천한 오랑캐를 단 위에 모셔 놓고, 심한 경우는 보잘것없는 재능으로 일 벌이기 좋아하는 못난 유자(儒者)나 대담하게 글로 농간을 부리는 숙유(宿儒)를 꾀어, 배운 학문을 모두 버리고 자신들의 천주학을 배우게 한다. 더구나 부형父兄과 무리지어 또 처자식을 이끌고 저들의 신하가 되고, 우리 공자님에게는 반쪽의 자리도 내주지 못하게 한다. 참으로 너희들이야 말로 저를 키워 준 애비를 잡아먹는다는 파경조(破鏡鳥) 화탕 지옥의 아귀(餓鬼) 마귀魔鬼)와 다를 바 없으니, 어찌 애통하지 않으리오!”

이런 식이었다. 중국 유자는 오히려 천주교도들을 지옥의 마귀 아귀라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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