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만에 40.6만명 움직여…”중추적 역할 할 것”
민주당 “경합주서 중요” 환호…트럼프는 “대가 치를 것”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팔로워 2억8000만명이 넘는 스위프트의 말 한마디에 ‘스위프티'(스위프트 팬덤)들이 대거 움직이면서, 슈퍼스타의 지지 선언이 미 대선 선거판을 어떻게 흔들지 주목된다.
스위프트는 지난 10일 대선 TV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4년 대선에서 해리스와 팀 월즈를 위해 내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스위프트는 “해리스가 권리와 대의를 위해 싸우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이를 위해 싸울 전사가 필요하다”며 “안정적이고 재능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하며, 이 나라가 혼돈이 아닌 차분함으로 이끌어진다면 우린 더 많은 걸 성취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월즈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점에 큰 감동과 감명을 받았다며 “월즈는 오랜 기간 성소수자 인권, 시험관 시술, 자신의 몸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옹호해 왔다”고 조명했다.
스위프트는 “나는 내 조사를 했고, 내 선택을 내렸다. 조사는 모두 여러분의 몫이고, 선택 또한 여러분의 몫이다”라며 해리스를 지지해달라고 독려하진 않았다.
다만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다. 투표하려면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며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글과 함께 고양이를 안고 찍은 사진도 게재했다. 말미엔 ‘자녀 없는 고양이녀(Childless Cat Lady)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서명을 넣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이 과거 자녀 없는 여성들을 ‘무자식 고양이 여성’이라고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위프트의 지지 선언 효과는 상당했다. 미국 총무청에 따르면 스위프트 지지 선언 후 24시간 만에 40만5999명이 스위프트가 올린 링크를 통해 유권자 등록 사이트에 유입됐다. 이달 초 일평균 방문자 수는 3만건이었다.
방문자가 신규 유권자인지, 방문이 유권자 등록으로 이어졌는지 등은 불분명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젊은 유권자는 일반적으로 고령층보다 투표율이 훨씬 낮다”며 “박빙의 선거에서 스위프트의 지지가 민주당 성향의 잠재적 유권자 일부라도 투표 참여에 설득한다면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해리스 후보가 여론조사나 유권자 등록에서 상승세를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스위프트의 지지 때문인지, 혹은 다른 요인 때문인진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미스 아메리카나’로 불리는 스위프트는 해리스의 패스트트랙 지지에 고무된 젊은 층의 엄청난 추종자를 자랑한다”며 “11월 (대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리스 캠프는 곧장 스위프트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환영했다.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토론 후 MSNBC와 인터뷰에서 스위프트 지지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해리스 캠프는 같은 날 지지 호소 이메일에서 “빅뉴스: 테일러 스위프트가 방금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스위프트와 함께 해리스 캠페인을 지지해 주시겠냐”며 25달러 기부도 요청했다.
지지율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스위프트 팬들이 해리스 후보 쪽으로 움직이면 선거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스위프트의 지지를 기대했던 트럼프 후보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11일 폭스앤프렌즈 인터뷰에서 “난 스위프트 팬이 아니었다. 그는 항상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 같았다”며 “아마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협박했다.
밴스 부통령 후보도 “스위프트는 대다수 미국인의 관심사나 문제와 근본적으로 단절된 억만장자 유명인”이라며 “영향을 받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경시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인공지능(AI) 조작 영상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구애한 바 있다. 스위프트는 이 점이 해리스 후보를 공개 지지 선언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