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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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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44)

 안동일 작

 흥남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기적

카트라이트는 좌중을 한번 천천히 훑어 보면서  집중을 유도한 뒤 일단은 경쾌한 어조로 연설을 시작했다.
“지금은 원장과 함장 그리고 친애하는 후배 사제의 도움으로 이렇게 직속 상관도 몰라볼 정도로 깔끔해 졌지만 몇 분전 까지만 해도 내 누더기 군복은 우리 아들들의 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부짖는 그들의 한맺힌 원망에 절어 있었습니다. 이거 아십니까? 죽어가는 그들은 중공군이 아니라 우리 스미스 장군을 원망 했습니다. 캐롤라이나의 마이클은 군단장 알몬드장군을 원망했고 알칸소의 테드는 맥아더 총사령관을 원망 했습니다.”
사실 병사들은 스미스에 대해서는 원망 하지 않았다. 그래도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그래야 했고 스미스도 이해하리라 믿었다.
“이곳 병원선에 와 있는 일리노이의 그리핀은 적의 포탄이 날라올 때 옆의 병사가 아니라 자신에게 날라온 것을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했답니다. 왜 이래야 합니까? 우리의 꽃같은 아들들이 왜 이곳 이국 땅 추운 곳에서 원망 속에서 죽임을 당하고 더러는 감사 하면서 중상을 입어야 합니까? 하늘의 뜻은 과연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그들의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
자신도 모르게 웅변조가 되었고 좌중의 높은 집중은 포디움에 서있는 카트라이트도 확연하게 느낄수 있었다. 특히 알몬드와 스미스 그리고 참모장인 크레그 등 고위 급 인사들의 표정이 심각했다. 그럴것이 자신들을 원망하면서 병사들이 죽었다고 하는 바에야.

“ 애꿎은 생명을 구하라는 것이 하늘의 명령입니다. 우리 군인의 본분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구하는 일입니다. 하늘은 우리 아들의 생명이 귀하다면 남의 아들의 생명도 귀하다는 것을 이 전쟁을 통해 보여 주고 계십니다. 오시면서 보았겠지만 지금 이곳은 한국인 피난민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있었던 장진호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하늘과 가장 가까운 교회의 신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독교 신자 형제들 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생명을 구한 비행장 활주로를 닦는 일에 밤낮없이 매달려 이 혹한에 구슬땀을 흘렸고 전장에서 돌아오는 우리를 위해 텐트를 세워줬습니다. 낙하로 공수된 우리의 생명줄을 찾아 나서는데 앞장섰습니다. 그들은 우리 미군 병사들을 하늘이 보낸 천상의 군대, 하느님의 가르침 안에 함께 있는 형제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 아침 이곳 흥남으로 들어 오는 행군 길에 길에서 만난 여덟살 짜리 여자 아이는 자신 보다 더 큰 다섯 살 짜리 남동생을 힘겹게 업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내 동생이기 때문에 무겁지 않다’고 했습니다. (He ain’t heahy, he’s my brother)  동생이기에, 형제이기에 무겁지 않다는 얘기 였습니다. “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비유로 이르시기를,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찾아다니지 아니하겠느냐? 또 찾아낸 즉 즐거워 어깨에 메고 집에 와서 그 벗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말하되, ‘모두 함께 잔치를 즐깁시다.  나의 잃은 양을 찾아내었습니다’ 하지 않겠냐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 이와 같이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 아홉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  하셨습니다.”

“ 이 예수님의 잃은 양 비유는 언뜻 들으면 빈틈이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어느 양 한 마리에게만 특별한 사랑을 베푸시는 것 같고,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은 버려두는 것처럼 보여서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본문에 등장하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가  제3자 그 누군가가 아니라 나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결국은 나인 것입니다. 목자가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으러 나가 한 나절을 나머지 양들을 방치했던 것 같으나 실상은 백 마리 모두를 찾으러 나섰던 것입니다.
그  행동이야말로 양 백 마리를 모두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더 사실적으로,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

“특히 적진에 한명의 아군도 남기지 않겠다고 각오하는, 낙오된 병사가 되었을 때 나를 구하러 전군이 나설 것이라 믿는 우리 합중국 군대 (이 대목에서 카트라이트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해병을 전체 군대로 힘주어 치환했다) 의 전통이야말로, 이 비유를 제대로 이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이자리가 바로 잃어버린 양을 찾아  이웃을 불러 잔치하는 자리입니다.”

좌중의 감동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것을 카트라이트는 확실하게 느끼면서 이쯤에서 웅변을 접었다.
“군인의 본분은 국민의 생명, 부모 형제의 생명을 구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여기 와 있습니다. 하늘의 의를 좆지 않는 공산 침략군의 만행을 막기 위해 여기 한국땅의 형제 자매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는 것입니다. 군인의 본본을 다하기위해 우리는 건강해야 합니다. 모처럼 차려진 정찬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먹고 마시며 힘을 내라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하늘이 주신 명령입니다. 다 함께 기도 하겠습니다.”

“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하나이다. 주님의 이름은 찬미를 받으소서. 이제와 영원히 받으소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주님, 은혜로이 내려 주신 이 음식과 우리에게 강복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좌중의 “에이맨” 소리는 콘솔레이션 병원선이 진수된 이래 가장 크게 배를 울렸다. 좌중이 모두 나이도 지긋한 고위 장교들 이었는데도 그랬다. 당초 천주교에서는 식전 식후 기도로 나뉘어 있는데 바쁜 전쟁터에서 카트라이트는 두 기도를 한번에 올렸다. 어차피 식후 기도는 다들 겨를이 없기 때문이었다.

자리로 돌아오는 카트라이트를 향해 알몬드와 스미스, 크래그 등 별 단 장군들이 일제히 일어서 그를 맞아 악수를 청했고 두 손으로 신부의 손을 잡았다.
자리로 돌아오자 동기 클리어리가 자랑 스럽다는 듯 흡족하게 미소롤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군목들은 양쪽에서 카트라이트의 손을 잡았다.

작전 참모장 포니 대령은 카트라이트의 자리로 찾아와  오늘 말씀 너무도 감동적이었다면서 몇번이고 치하를 했다. 특히 어린 소녀의 동생이 무겁지 않다는 말과 한마리 양의 비유는 가슴을 울렸다면서 피난민 구하는 일에 자신도 나서 신명을 다 하겠다고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포니는 해병대 안에서 상륙작전 현장 지휘관으로는 최고의 장교로 꼽히는 이였고 이번 철수 작전에 있어서도 선박 동원이며 배치등 현장 상황을 총 책임지기로 돼 있는 참모였다.
포니는 알몬드 장군은 자신이 어떻게든 설득을 할 수 있을 텐데 동경의 멕아더 장군이 문제라고 했다. 클리어리는 자신들도 힘을 쓰고 있다고 귀뜸을 했다.
“동경 사령부의 군종 센터장 토비 주교님이 우리 카트라이트 신부 말이라면 꼼짝을 못하십니다. 내일이라도 어떻게든 주교님과 통화 하도록 하겠습니다.”
포니 대령은 흡족한 얼굴로 카트라이트의 등을 따듯하게 쓰다듬고는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 갔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이렇게 무르익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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