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광복회 이종찬 기념사 읽자… 총영사 “말 같지도 않은 얘기”
한국 언론,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라 요란스레 과장 보도.
뉴욕한인회는 15일 광복회 뉴욕지회, 민주평통 등과 공동으로 광복절 경축식을 가졌다. 서을처럼 두쪽으로 갈라져 행사가 진행 되지는 않았지만 이날 경축식에서 김의환 주뉴욕 총영사 (위 사진)가 이종찬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두고 “말 같지도 않은 기념사”라고 비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의 언론들은 서울에서 시작된 역사 논쟁이 해외까지 번지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 라고 요란스레 보도하고 있다. 마치 뉴욕에 큰 이념 논쟁이 있는 것 같은 모양새다.
이날 행사에선 먼저 유진희 광복회 뉴욕지회장이 이종찬 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했다. 유 회장은 “그동안 건국절 제정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전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며 “우리나라가 1948년에 건국됐다면 이는 반헌법적이고 일제의 강점을 합법화시키려는 흉계”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시절 여러 차례 시도했던 건국절 제정 운동은 독립운동 세력을 약화·분열시키고 민족혼을 빼는 이적 행위나 다름 없다”며 “이런 악행을 저지른 자는 일제 시대의 밀정과 같은 존재로서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독립운동사 연구와 교육을 강화해 일제 지배를 정당화하는 신종 친일사관을 배격해야 한다”고도 했다.
뒤이어 단상에 올라온 김의환 총영사는 “말 같지도 않은 기념사를 들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이 회장의 기념사를 정면 비판했다.
김 총영사는 이어 경축사를 통해 “광복, 대한민국 건국, 그리고 오늘날 한국이 이룩한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라며 “광복절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힘을 쏟아야 할 것은 왜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됐을까 하는 것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세계의 기적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지켜나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또 “그것은 미국이 선사한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파괴하려고 광분하고 있는 북한 공산 세력과 대한민국 내부의 종북 좌파 세력들을 분쇄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영사의 발언 도중 청중석에선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일부 참석자들이 김 총영사의 발언에 “옳소” 하고 호응하는 가운데 다른 참석자 사이에서 “너무 발언이 심하다” “공무원이 저래도 되는가 ”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합통신 뉴스원 등 통신 포털의 기사를 받은 거의 모든 신문이 이같은 사실을 크게 보도 했다. 마치 뉴욕에서 큰 충돌이라도 나왔다는 모양새다.
(위 사진) 뒷줄 가운데 넥타이 맨 이가 유진희 회장
보수계열 대표 신문엔 조선일보는 연통기사 위에 유진희 회장의 입장까지도 상세히 취재해서 보도 했다. 유 회장은 이종찬 회장의 기념사를 그대로 읽긴 했지만 이는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하는 ‘관례’에 따른 것일 뿐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실제 그는 대독 전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광복절은 과거에 머문 게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토대를 설계하는 날이다. 광복 이후 남북으로 갈라지고, 다시 남남으로 갈라져 광복절을 기념하게 되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유 회장은 원래 과묵해 정치적인 발언을 안 하는 분인데 오늘은 이례적으로 소신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많은 참석자들이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면서 몇몇 인사의 소감을 전했는데 김광석 뉴욕한인회장은 김 총영사에게 “광복회에서 이종찬씨 말을 대독하는 줄 알았으면 말릴걸 그랬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한 참석자는 “일본에서 벗어난 지 79년이 됐는데 우리는 아직도 과거에 붙잡혀 사는 것 같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참 면목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했고 현지 정치인들도 참석한 가운데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상황이 펼쳐졌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경축식은 한국어로만 진행됐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이런 논란을 알아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광복절이란 국가 기념일을 두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분열이 여러 경로로 전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유 회장은 자신들과의 통화에서 “광복절에 단합되지 못하고 분열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사견을 밝혔다”고 했다. 또 김 의환 총영사는 “처음에 준비한 원고에는 더 강한 표현도 있었지만 순화했다. 이종찬 회장의 기념사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현장에 있었던 한 동포는 “정작 뉴욕 동포들은 그날 현장에서 몇사람 궁시렁 댄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 갈라지지 읺았다는 얘기다. 차라리 그런 이념 역사 논쟁이 일어날 정도로 뉴욕 동포 사회가 역동적이었다면 좋겠다 ” 면서 “한국 언론의 침소봉대가 씁쓸하다” 고 본보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