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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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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30)

안동일 작

신앙이란 무엇인가,  동사강목

그랬다. 건주기정도기와 그 부기 에 대해서는 직암도 스승과 동섬을 통해 자세히 들은바 있었다. 1596년 임진왜란 와중에 한성부의 남부주부(南部主簿)로 있었고 후일 김해부사를 역임한 신충일(申忠一)이 건주(建州)의 누르하치(Nurhachi)가 있는 성에 다녀와서 그의 이름으로 조정에 바쳤다는 일종의 보고 견문록이다. 그런데 직암이 말하는 부기는 신 주부를 따라 함께 갔던 역관 최연중이 쓴 견문록의 초안 이거나 뒷얘기 부록을 말한다. 부록은 조정에 제출되지 않았는데 순암선생과 동섬이 후일 구한 것 이었다.
그때 누르하치는 후금을 건국하기 전으로 한참 여진족을 통합 복속해 나가면서 기세를 올리던 중이었다. 아직 명나라와는 대척을 이루기 전으로 누르하치는 임란에 군사를 보내 조선을 돕겠다고 했었다.
당시 조정에서는 이에 응해야 한다 결코 안된다를 놓고 격론이 있었는데 유성룡 대감이 나서 사정을 알아보자며 일종의 조사단 성격의 사신단을 파견했는데 최 역관이 그중 한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견문록에는 그 난리통 와중에도 통화 라는 이름으로 지명이 바뀌어 있었던 집안 지역의 고구려 유적들을 표시한 지도가 있는데 부기에는 훨씬 더 꼼꼼하고 자세하게 그려 놓고 있었다. 옛 고구려의 도성과 장군총, 그리고 능비로 추정되는 ‘비(碑)’가 표시 되어 있었고 발품을 많이 판 설명들이 담겨져 있었다.
견문록 에서 조사단은 “예전에는 이 도성을 출입하는 자가 반드시 무기를 휴대 해야만 안전했는데 누르하치가 단속한 후부터는 무장하지 않고 다녀도 안전하다”는 등의 여진인들의 말을 전하면서 누르하치와 여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다시피 조정은 여진의 도움을 배척했다. 신충일은 귀국한 그 해에 함흥판관이 되었으나 누르하치에게 오배삼고두(五拜三叩頭: 다섯번 큰 절을 하고 머리를 세 번 땅에 조아림)의 예를 올려 국위를 손상시켰다는 죄로 파직되었다가 후일 복권 돼 김해부사 수군절도사등을 지낸다. .

스승 순암선생과 동섬은 이때 선천적 친 조선파 였던 누르하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명나라 일변도의 사대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는데 계속 여진을 무시하고 깔보았던 후과를 후일 받게 된다고 안타까와 했었던 대목이다.  직암은 건주기정도기와 관련해 실제 작성자였을 최연중 역관의 노고와 정성 그리고 실력에 대해 들으면서 그리고 누르하치의 발흥에 홍순언이라는 역관 등 조선인들의 공헌이 매우 컸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 땅의 중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었다. 이 생각은 후일 천주교 전교와 관련 큰 궤적으로 그려지게 된다.

잠깐 이야기가 주제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천손 이야기로 돌아오면 동섬은 이땅의 백성들은 선천적으로 하늘의 자손, 천손으로 태어났다고 했다. 선천(先天)이라는 말이 원래 그렇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한자지만 중국에서는 쓰이지 않는 단어란다.
“자네들 ‘하늘이 두럽지 아니한가’ ‘천벌을 받는다’ 라는 말 자주 듣곤 하지 이때의 하늘이 유가에서 말하는 천명의 하늘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천명지 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에서의 ‘천명’ 말일세, 우리가 쓰는 천벌의 하늘과는 사뭇 다르지 않는가.”
天命之謂性(천명지위성) 率性之謂道(솔성지위도) 修道之謂敎(수도지위교)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하고 성에 따름을 <도>라 하고 <도>를 닦는 것을 <교>라고 한다. 이땅의 유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중용의 첫 대목이다.
동섬의 말을 듣고 보니 이때의 천명과 이 땅에서 자주 쓰이는 천벌의 천은 사뭇 다르다. 중용의 천은 이치와 원리를 말한다면 우리의 천은 인격화 의인화 돼 있는 천주학의 천주와 상통했다.
“우리 백성들은 임금까지 포함해 예로 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냈어요, 임금이 주관하는 기우제도 그렇고, 우리 아들 과거 급제하게 해달라고 양반가 어머니들이 정한수 떠 놓고 천지신명께 빌었어요. 이때의 천지 신명에는 공자님 맹자님 없었습니다.”

하늘에 빌었던 예는 단군신화 말고도 옛 삼한과 삼국시대의 건국신화에도 빠짐없이 등장 한다고 했다.
“실은 단군 신화 뿐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신화들은 모두 천신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고구려의 건국 신화인 주몽 설화에도 그렇고 신라의 박혁거세 탄생에도 가야의 구지왕 탄생에도 천신이 등장한단다.
“ 고구려 건국왕 추모왕 주몽도 천제의 아들 해모수의 아들이라고 하지 않는가. 모친 유화부인의 정성과 천신의 가피로 태어나고 성정했다고 나와 있지. 신라 박혁거세의 탄생 신화는 더 적극적이지. 6부의 촌장들이 알천에 모여 나라를 다스릴 군장을 내려 달라고 하늘에 간절히 제사를 올렸더니 날개 달린 백마가 알을 가져다 주었다고 하지 않는가, 가야의 여섯 왕도 구간들이 구지가를 부르며 하늘께 제사를 지냈더니 황금알 6개를 내려 주셨다는 것 아닌가? 모두 군림하고 전횡하는 왕이 아니라 사람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편하게 할 왕을 내려다 달라는 기도 였다네.”
당연한 얘기지만 이땅의 군왕들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천신에 의해 점지 됐는데 역사적으로 군림하는 왕이 아닌 애민의 왕이 집권 했을때 나라는 평온하고 백성의 삶은 고달프지 않았지만 그런 왕이 드물다는것이 문제 라고 했다.

동섬의 천손 백성론의 골자는 잃어버린 천년 이었다. 지난 천년 동안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하늘의 뜻을 저버리고 왕권의 이익만을, 지배층의 권세 만을 옹호하고 백성의 사정은 돌보지 않았던 역사가 바로 오늘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였다.
동섬은 왕조의 세습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동섬은 세습 왕조를 그리 달가와 하지 않는 듯 했다. 왕이 세습되는 것 보다는 신화에서 처럼 백관과 백성에 의해 추대 되고 선양되는 왕이 바람직 하지 않겠냐는 얘기였다.

“스승님을 도와 강목을 찬술할 때부터 왕조의 세습에 대해 여러차례 생각해 보곤 했는데 결론을 못 내리겠더군. 우가 개창한 하(夏) 왕조에 이르러 아들인 계에게 왕위를 물려줌으로써 과거에 요ㆍ순ㆍ우로 이어지던 선양(禪讓)이라는 합의 추대에 의한 왕권계승 방식이 사라지고 개별 혈통의 독점적인 왕조 국가가 출현했다는 것 아닌가. ”
“ 하지만 그런 우리 신화와 역사에서는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추정하기가 어려운데 아무튼 자신의 부와 권력을 자신 직계 후손에 전하려는 것은 인지상정이기에 싸잡아 처음부터 잘못 됐다고 단정 하고 비판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는 하지”
단군에 의해 창시된 고조선이 초기 부터 부자 세습이 확고했는지는 파악 할 수 없었지만 후반기와 기자 조선이 성립하고 나서는 부자 세습 장자 상속의 원칙이 정해 졌다는 기록은 남아 있다고 했다.
순암선생은 동사강목에서 이 땅 나라들의 정통을 단군조선-기자조선-마한-통일신라-고려로 보고 있었다. 위만 조선은 정통에서 빠져 있었고 삼국시대는 무통의 시대로 보았다.
의외로 삼한 시대의 마한이라는 국가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군왕을 추대로 뽑고, 전횡하는 독재자가 없는 부락 부족 간의 연합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모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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