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빙법원 “구글은 독점기업…시장 지배력 남용”
“검색엔진 전횡으로 불법적 수익 올려”
구글이 미국 정부가 제기한 반(反)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패소했다. 검색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 미국 연방법원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기업을 분리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워싱턴DC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구글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판결했다. 이어 “구글이 자사 검색 엔진을 스마트폰의 기본 웹 브라우저로 설정하기 위해 비용을 지급한 건 독점을 불법으로 규정한 셔먼법 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구글은 판결에 반발해 항소를 예고했다.
구글은 판결 직후 “소비자가 최고의 검색 엔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법원이 빅테크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 것은 21세기 들어 처음이다. 1심 판결이 최종심까지 유지되면 기업 분할 명령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 법무부와 38개 주(州)는 2020년 10월 구글의 독점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정부 측은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총 10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는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구글의 독점 해소를 위해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사업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검색 시장 지배력은 제품의 우수성과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제공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며 “더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시장 우위를 점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전례 없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은 인터넷 시대에 거대 기술 기업의 권력을 견제하려는 미국 규제 당국이 거둔 가장 중요한 승리”라며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를 상대로 한 다른 반독점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87쪽 분량의 판결문에는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일부 검색 광고 가격을 부풀렸다는 점이 적시됐다. 아미트 메흐타 연방법원 판사는 “무제한적인 가격 인상이 구글의 극적인 매출 증가를 촉진했고 구글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유지하도록 해줬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경쟁 업체들이 구글의 독점적 지위에 우려를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을 오픈 웹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구글 웹’밖에 없다”며 “구글이 검색시장 지배력을 차세대 인공지능(AI) 기반 도구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이번 판결에선 구글의 독점적 행위를 막는 방법이 언급되지 않았다. 메흐타 판사는 다음달 청문회 등을 거친 후 독점 해소 방식과 관련한 별도의 재판 시기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재판에서 판사는 구글이 검색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하거나 사업 자체를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업 분할 명령이 내려지면 1984년 통신사 AT&T 해체 이후 미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강제 해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통상 2심 항소법원 판결까지 1년이, 3심 연방 대법원 판결까지는 추가로 1년가량이 더 소요된다. 1심 판결이 최종심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소송이 1998년 MS의 반독점 위반 소송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당시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운영체제(OS) ‘윈도’에 적용해 판매하던 MS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당시 1심은 MS에 두 개의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은 MS에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조치를 명령하며 1심 판결을 뒤집었지만 소송 과정에서 빌 게이츠 회장이 CEO직에서 물러나는 등 내상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번 판결의 불똥은 다른 빅테크에도 튈 전망이다. 이날 판결 직후 백악관은 “이번 친(親)경쟁적 판결은 미국 국민을 위한 승리”라고 밝혔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은 “아무리 규모와 영향력이 크더라도 법 위에 있는 기업은 없다”며 “법무부는 앞으로도 반독점법을 강력하게 집행할 것”이라며 다른 소송도 밀어붙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무부는 지난 2월 5년간의 조사 끝에 애플이 수년간 의도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하는 전략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권’을 유지했다며 뉴저지법원에 제소했다. 법무부와 함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할 권한이 있는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9월 아마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