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헤리스 혈통 두고 인종주의 발언 논란
트럼프 전 대통령이 31일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인도계인지 흑인인지 모르겠다”며 인종주의적 발언을 내놓아 논란이 불거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흑인 정체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취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항상 인도계였고 인도계 유산을 홍보했다. 몇 년 전 (해리스 부통령이) 우연히 흑인이 되기 전까지 나는 그가 흑인이란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지금은 흑인으로 알려지길 원한다. 그래서 그가 인도인인지, 흑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둘(흑인과 인도인) 다 존경하지만, 그는 분명히 그렇지 않다. 내내 인도인이었지만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흑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과거 인종차별 발언 등을 고려할 때 흑인 유권자들이 당신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ABC 뉴스 기자를 향해 “끔찍한 질문을 했다” “가짜뉴스 방송” 이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그는 자신이 “흑인들에게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친 민주당 성향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서 “다양한 주제에 관해 거짓말을 반복했다”면서 “해리스는 전국 단위의 정치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자신의 공직 생활 내내 흑인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에게 고등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하워드대학에 입학해 흑인 여학생 단체인 ‘알파 카파 알파’에 가입했다. 2019년 출간한 자서전에선 자신의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남아시아계 뿌리를 강조하면서도 “두 명의 흑인 딸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다”라고 썼다.
언론도 해리스 부통령을 줄곧 흑인으로 봤다. NYT에 따르면 1999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당시 검사보였던 해리스 부통령을 “자유주의 성향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 불렀고, 2000년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는 그를 “이 지역 흑인 공동체의 리더”라고 칭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흑인 여대생 클럽 ‘시그마 감마 로’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그가 “분열과 무례함”이라는 “낡은 쇼”를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