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췄던 강도 높은 막말 공세 본격 재개
총기 피격 이후 한동안 통합 메시지를 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막말 제조기’로 불렸던 본연의 독설가 면모를 다시 내보이고 있다.
29일 까지 보도된 발언을 종합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 대타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주자가 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잠시 멈췄던 강도 높은 막말 공세를 본격 재개한 모습이다.
공세는 주말 미네소타 유세에서 두드러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네소타 세인트클라우드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미친 좌파”라며 “나는 (그 때문에) 아메리칸드림이 죽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대통령 임기는 나약함과 실패, 혼돈의 ‘4년 더'”라며 “어쩌면 3차 세계대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나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대선 의제로 밀어붙이는 임신중절(낙태) 문제와 관련해서는 “임신 8~9개월 차에도 중절을 원한다”라며 해리스 부통령이 출생 후 임신중절을 옹호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처형”이라는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국민이 “카멀라 해리스의 미친 좌파 급진주의”를 거부하리라고도 했다. 이어 “우리는 해리스가 미국을 ‘공산주의 샌프란시스코’로 바꾸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초좌파인 해리스는 범죄와 혼돈, 아수라장과 죽음을 우리 국가에 불러올 것”이라며 “(그와 반대로) 나는 법과 질서, 정의를 미국에 다시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 총기 피격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체를 위한 대통령’을 표방한 바 있다. “우리 사회의 불화와 분열은 빨리 치유돼야 한다”라는 게 그의 후보 수락 연설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해리스 부통령이 구원투수 등판하며 그의 입에서 다시 ‘좌파’, ‘급진주의’ 등 진영을 가르는 단어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통합 메시지는 다시 쏙 들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날 유세에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I want to be nice)”라며 “다들 내가 2주 전부터 변한 것 같다고 말한다. 뭔가 내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곧장 “아니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을 수도 있다”라며 “매일 목도하는 무능함에 화가 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독설을 끌어내는 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무능이라는 논리다.
그는 아울러 지난 26일에는 플로리다 한 행사에서 자신에 대한 투표를 독려하며 “(내가 당선되고) 4년 뒤에는 (투표 시스템을) 매우 좋게 고쳐서 투표할 필요도 없게 할 것”이라고 말해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 는 이런 일련의 발언과 관련, 최근 여론조사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에 대한 일종의 불만 표시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