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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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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재수록> “공부는 성공으로 가는 수단일 뿐입니다.”

하버드 로스쿨 올 최우수 졸업 라이언 박의 ‘지적인 도전’

 <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하바드대학 공부의 신으로 유명세를 탔던 한인 2세 라이언 박 변호사가 (한국명 영준, 41· 맨 아래 사진) 연방 항소법원(고등법원) 판사에 지명됐다.  학부형 독자들의 열화같은 요청에 의해 지난 2010년 한국 일간지에 소개 됐던 그의 인터뷰 기사를 전재 한다. 이 인터뷰는 당시 워싱턴 중앙일보 기자(유승림)가 작성한 기사로, 본보는 해당 신문이 아닌 다른  지인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기사와  당시 사진(위 사진)을 입수할 수 있었다. 14년이 지났지만 내용은 여전히 귀감이다.   (편집자 안지영 기자 주) >

 
 “전 공부벌레가 아닙니다.”

“ 공부는 성공으로 가는 수단일 뿐입니다. 공부 그 자체가 성공이어서는 안 되죠.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그건 성공 그 자체를 뛰어넘는 삶의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 공부벌레가 아닙니다.”

하버드 로스쿨(HLS) 졸업생 중 상위 1%. 올해 총 589명의 졸업생 중 단 6명에게만 주어진 ‘수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최우수)’ 졸업의 영예를 한인 최초로 안은 라이언 박(한국명 박영진·28)의 얘기다. “대부분 제가 무슨 천재이거나 효율적 공부 방법을 알 거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공부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청소년들이 컴퓨터 오락에 빠지듯 저는 법을 공부하는 지적인 도전이 정말 재미있어요.” 박씨는 “만약 주변의 세상을 다 잊을 만큼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에 열정을 쏟아보라” 고 말했다.    최근 수차례의 전화와 e-메일로 그를 인터뷰했다.

하버드 로스쿨 최우수 졸업까지

● 어린 시절엔.

“한인을 거의 찾기 힘든 미네소타에서 태어나 자랐다. 내 자신이 한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기도 했다. 어릴 땐 기자나 작가·이야기꾼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 그 꿈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다. 그리고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어쩌면 수십 년 뒤 글을 쓰거나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칠지도 모른다.”

●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나.

“세상을 ‘똑똑한 사람’과 ‘똑똑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각각의 개인이 서로 다른 능력을 타고났다는 게 옳다. 내겐 법률이 가장 쉽고 자연스럽게 다가왔지만 다른 건 그렇지 않았다. 얼마 전엔 한국말 ‘숟가락’이 떠오르지 않아 곤혹스러웠다. 언어엔 별로 재능이 없는 것 같다.”

●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보통 그렇게들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를 오래한다고 성적이 좋아진다고 믿는 것 자체가 실수다. 학업이란 마라톤과 같다. 마라토너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적게 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너무 빨리, 너무 오래 뛰는 것이다. 결국 정신적인 마라톤을 뛰어야 할 때는 쓰러지고 말 거다. 내가 다닌 앰허스트 칼리지에서 아트·생물학·철학·수학 등의 다양한 과목을 탐험하듯 마음대로 듣고 생각의 지평을 넓힌 게 로스쿨에선 큰 도움이 됐다.”

● 자신만의 공부 비법은 있을 것 같다.

“솔직히 특별한 비법은 없다. 굳이 들자면 매일 공부한 부분에 대해 에세이를 쓰는 버릇이 있다. 새로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또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에세이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학교에 제출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 로스쿨 시절엔 어떻게 지냈나.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많은 공부를 해봤다. 읽을 수 있는 모든 걸 다 읽은 것 같다. 하버드 로스쿨에선 모든 학생이 그렇게 한다. 정신적인 마라톤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도중에 지쳐 쓰러지지 않기 위해 휴식도 취하고, 친구나 가족들과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선 아시안 아메리칸 법대생 협회의 정치&지역봉사 위원장, 하버드 국제법저널의 공동 편집장 등도 맡았다.”

● 다른 취미 활동은.

“독서를 정말 좋아한다. 20세기 초 미국 문학의 열렬한 팬이다. 스타인벡이나 헤밍웨이, 피츠제럴드를 좋아한다. 특히 하루에 1~3시간씩은 꼭 뉴스와 신문·잡지 같은 언론 매체를 읽는 데 시간을 보낸다. 한마디로 난 ‘뉴스 중독자(News Junkie)’다. 뉴스는 생각을 민첩하게 만들어 준다. 또 내가 하는 공부가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공부에도 큰 자극과 도움이 된다. 특히 로스쿨 학생들은 학교 때부터 사회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 밖에 조깅도 하고 테니스도 친다. 아, 요리도 배운다.”

나는 한국인

그의 한국어 실력은 기본적인 대화나 읽기, 쓰기가 되는 정도.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를 재미있게 봤고,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커피 프린스’였다.

● 한국에 와본 적이 있나.

“앰허스트 칼리지를 졸업한 후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고에서 1년간 원어민 영어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 오덕렬 교장 선생님은 인생의 목표를 적은 후 정기적으로 점검해보라고 내게 가르쳐 주셨다. 내 인생의 10가지 목표를 적어 매년 들여다보며 수정해 나간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다만 오랜 시간 공부에 매달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너무 열심히 하려다 도중에 지치는 학생들도 많이 봤다.”

● 부모님의 교육이 남달랐나. 가족은.

“아버지는 연세대 의대를 나온 외과의사인데 은퇴했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어머니는 지금 피아노를 가르친다. 어머니는 자식들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하지만 뭔가를 내게 강요하진 않으셨다. 한 번도 이런 학과를 가라, 저런 대학을 가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뭔가를 시작하면 중간에 하다 마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선택은 내가 하지만 끝까지 다 하게 했다. 부모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 선택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내 인생이고, 내가 오너십(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 물론 시간은 더 오래 걸렸다. 나는 어려서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고교 때로 갈수록 내 인생이고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미국 유학을 꿈꾸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 미국에선 ‘한국 등 아시아 학생들은 공부는 잘 하지만 창의성이 부족하고 독립적 생각을 잘 못한다’는 편견이 있다. 이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해선 스스로가 공부하는 분야에 대해 열정과 흥미를 가져야 한다. 또 한 가지, 법대나 인문대에 진학할 계획이라면 무엇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져도 표현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나 글로 효과적인 표현을 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에세이 쓰기, 말하기 연습을 꾸준히 하라.”

● 자녀의 성공을 위해 학부모들은 어떻게 도와줘야 한다고 보나.

“이 말은 한국 학부모들이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자녀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절대로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강요해선 안 된다. 진정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안 생기는 공부나 일을 하면서 성공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한국적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자녀 스스로 진로를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폭넓은 안목을 심어주면 좋지 않을까.”

나의 미래

● 앞으로의 계획은.

“법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다. 내가 받았던 가르침과 도움을 누군가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올가을부터 2년간 뉴욕에서 법원 서기(judicial clerk)로 판사들을 위해 조사도 하고 재판 판결에 대한 초안을 작성하는 일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그 후에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 향후 삶의 원칙은.

“한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는 것이 즐겁고 기쁜가’ ‘저녁 식사시간에 함께한 사람을 마주 보며 행복함을 느끼는가’라는 말이다. 가끔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을 것 같을 때 한 번씩 떠올려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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