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을 때도 악수 없어…
“드라이벼 50야드도 못날리면서…”
“멍청이이자 루저(sucker and loser)”
이날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장에서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민주·공화당을 상징하는 파란·빨간색 넥타이를 하고 등장했다. 바이든이 먼저 연단에 선 뒤 트럼프가 뒤따라 나왔다. 트럼프가 등장할 때 바이든이 그를 슬쩍 쳐다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악수 없이 곧바로 토론에 돌입했다. 4년 전 토론에서도 둘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악수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이날 “트럼프는 재임 중 한 일이 아무 것도 없고 물려받은 경제가 엉망이었다”며 “그가 남긴 혼란, 혼돈을 정리해 8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새로 창출했고 집값, 가스 가격 등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었다”며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난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임기 중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며 “우리를 완전히 죽이고 있다” “형편없는 일을 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최악의 대통령이고 토론할 필요도 없다”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에서 이뤄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언급하며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날이었다”며 “전세계 국가들이 더 이상 미국을 존경하지 않고 제3세계로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혼돈 속에 이뤄진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고, 침공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증한 ‘불법 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바이든이 사회 보장 시스템을 거덜 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런 주장을 펼치며 바이든을 노려보기도 했다.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트럼프는 “이건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에 2000억 달러를 지원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보고 뭐라하는 건 아니지만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다. 바이든은 “푸틴은 수천, 수만명을 죽인 전쟁 범죄자고 소련 제국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를 재건하고 싶어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가져가면 우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했다. 트럼프가 ‘왜 나토 국가들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압박하지 않냐’고 묻자 바이든은 “한국·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50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트럼프가 “멍청이이자 루저(sucker and loser)”라고도 했다.
바이든은 재임 중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가 급증한 것 관련 최근 본인이 취한 행정 명령을 언급하며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이 40%나 줄어드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은 남미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테러리스트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기로 결정했고, 한심한 정책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우리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다”며 “국경순찰대도 나의 대통령 재선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고 세 건의 형사 사건에도 휘말려 있는 트럼프는 “바이든이 선거를 무기화하고 있다”며 “바이든은 퇴임하자마자 그가 저지른 모든 일로 중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부인이 임신한 상태에서 밤에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졌다”며 “길고양이의 도덕성을 갖고 있다”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나는 포르노 스타와 섹스를 한 적이 없다” “그 사건은 끔찍한 민주당 판사가 있지만 항소해서 승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이든은 이날 고령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이가 아닌 성과에 주목해달라고도 했다. 그는 “내 (정치) 경력의 절반 중 나는 정치권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었다. 나는 미국 상원의원에 당선된 역대 두 번째로 젊은 사람이었다”라며 “(나이가 아닌) 기록을 보라. 15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제조업 (부흥) 덕분에 수백만 달러의 민간 기업 투자 등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골프 설전까지 벌어졌다.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나이에 대한 우려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이 사람은 나보다 세 살 어리지만 (나보다) 훨씬 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고령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두 번이나 (골프) 클럽 챔피언십에서 승리했다. 그것은 고령자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그는 골프공을 50야드도 못 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누가 공을 더 멀리 보내는지 대결해보고 싶다”며 “제가 부통령이었을 때 핸디캡 6( 파72 코스에서 78타쯤 치는 실력)였다”고 했다. 이어 “골프 시합을 해보자. 만약 골프가방을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다면 기꺼이 골프를 같이 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골프 실력을 자랑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짓말”이라며 “나는 당신의 스윙을 봤다. 나는 당신의 스윙을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방이 길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들처럼 행동하지 말자”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은 어린아이다”라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