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현행 방식은 민심 폄하·엘리트주의 발로”
27~28일 EU 정상회의서 집행위장 연임 이뤄질 듯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연합(EU) 최고위직 관료 선출을 두고 불만을 토로했다.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최고위직 인사가 27~2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26일 외신을 종합하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 의회에서 “최고위직 인선을 일부 정치그룹(교섭단체) 사이 협상으로 나누는 것은 EU 안 우익 세력의 성장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최고위직 인선은 ‘시민이 특정 결정을 내릴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다’는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며 “과두제만이 근본적으로 유일하게 허용되는 민주주의 형태라고 믿는 사람이 내린 결정”이라며 민의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우익 약진의 표심을 무시하고 엘리트 사이 결탁으로 EU 최고위직 인선이 결정된다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는 전날 독일, 프랑스,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그리스 정상이 모여 현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연임을 비롯해 안토니우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를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를 외교·안보 고위대표로 지명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정상은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189석), 사회민주진보동맹(S&D·136석), 중도 리뉴유럽(RE·74석)을 대표해 이 같은 합의를 했는데 이들 의석을 합하면 유럽의회 전체 의석(720석) 과반(55%)을 차지한다.
멜로니 총리가 속한 강경우파 유럽보수와개혁(ECR·83석)은 이번 선거에서 제3교섭단체에 올랐다. 멜로니 총리의 비판은 자신이 속한 교섭단체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는 “오늘날 세 번째로 큰 교섭단체는 (EU 최고위직 인선을) 결정한 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대상”이라며 “EU는 이념에 따라 선택이 좌우되는 관료주의 거인”이라고 꼬집었다.
동시에 자신이 이끄는 이탈리아의형제(FdI)가 속한 정파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탈리아 표심을 53%가량 차지한 반면, 독일과 프랑스 여당은 득표율이 각각 32%, 16%가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장의 골자는 ‘제3교섭단체인 유럽보수와개혁의 목소리를 EU 인선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멜로니 총리는 EU 최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후보군을 제시한 적이 없다.
EU 회원국 정상은 27~28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코스타 상임의장, 칼라스 고위대표 체제로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연임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탈리아 매체 라스탐파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표결에서 기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