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작
뉴튼, 그리고 파티마의 기적
“수도원이 아닌 곳에서 하셨던 말씀이 유난히 기억 납니다. 언젠가 카운티 재향군인회에서 한국전 참전 기념 행사를 했는데 수사님이 오셔서 잠깐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레오니아 재향군인회관 에서 였습니다. 나도 오빠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사회자가 특별히 소개를 해서 그 자리에 서서 인사 겸 하신 말씀인데 다른 얘기 보다는 한국전쟁이 하느님이 만드신 하나의 역사 였으며 홀리 워 였다는 말씀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 입니다. 홀리 워, 성전(聖戰) 이라니….”
”그렇게 말씀 하셨지요, 그러면서 파티마의 기적 얘기도 하셨는데요.”
순간 내 눈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파티마라니… 미국식 발음이어서 ‘파르마’로 들리기는 했다.
“파티마요? 포르투갈의 파티마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 대목에서 파티마가 나온다는 것은 결코 이 또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공산주의와 싸우는 일, 싸웠던 일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셨지요. 파티마에서 마리아 성모께서 현신해 알려주신 일이라면서..”
그렇다, 파티마의 성모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 얼개가 절묘하게 맞춰진다.
“수사님이 워싱턴에 가셔서 마지막 임기의 레이건 대통령한테 메달을 받고 오신 직후니까 88년 일 겁니다. 우리 부부도 다른 오빠 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다른 얘기 보다는 여러분들은 그 성전에 참여한 하나님의 군대 였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아주 짧게 자리에 서서 그 말씀만 하셨어요. ”
“그렜군요”
“초신 퓨라고 들어 보셨지요? “
여사가 먼저 물어왔다.
“예 알지요. 장진호 전투 때 살아남은 미군 참전 용사들의 모임 아닙니까?”
“그때 초신퓨의 소속 몇 사람이 거기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수사님의 말씀이 끝나고 자신들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분 이름은 기억 나지 않는데 그때 간신히 중공군의 포위를 뚫고 나오려는데 다리가 폭파돼 있어 깜깜하고 추운 밤에 죽었구나 하고 낙담했는데 군종 신부님의 인도로 사단 병력이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더니 하늘에서 성모님 형상의 큰 빛이 나타나 사위가 환해져서 급히 부교를 건설하고 병력이 빠져 나 올 수 있었다고 하면서 성모님과 파티마의 예언을 더 강조 했더랬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만 했다. 장진호 전투 때 파괴 됐던 황초령 계곡 수문교 다리 복구공사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타난 환한 별빛이 천문 전문가들은 목성이었다고 얘기한다. 그 갑작스런 별빛을 천주교 신자 병사들은 성모의 빛으로 봤고 느꼈던 모양이다.
“그때 다리를 만들면서 마땅한 받침이 없어 꽁꽁얼어 붙은 중공군 시체를 쌓아서 해결 했다는 말이 끔찍 하면서도 생생하게 들렸기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많은 참전 용사들이 그렇게 증언하고 있기는 하다. 아무리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해도 그 많은 인원과 트럭 짚차 등 장비가 밟고 지나려면 녹아 버렸을 텐데 말이다…
마사 여사의 집을 나서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나는 신이 나서 장진호 전투 황초령 다리 건설 일화며 파티마의 기적에 대해 아내에게 내가 아는 만큼 들려 줬다. 파티마는 전에 따로 소설을 쓰려고 준비했던 주제이기도 했다.
그랬다. 파티마야 말로 라루 선장, 마리누스 수사를 한국으로 이끈 단초였던 것이다.
그런데 황초령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의외로 아내는 파티마에 대해서도 특히 세가지 예언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뉴저지 플레인 필드의 불루아미 성당에 몇 번이나 성지순례 한다고 다녀 왔음에도 그랬다. 불루아미 성당은 파티마의 기적을 배경으로 탄생한 불루아미(Blue Army)라는 천주교 국제단체의 본부격인 성당이다. 이곳 뉴저지 인근 신자들이 자주 찾은 명소다.
조금 더 설명하면 푸른 군대(Blue Army)는 파티마의 메시지를 따라 복음의 가르침을 충실히 지키고 전파해서 성화한다는 목적을 가진 로마 가톨릭교회의 국제 조직이다. 다른 종파인 구세군 까지는 아니더라도 성당내 레지오 같은 조직이나 꾸루실료 같은 수련 및 봉사 조직의 확대판으로 보면 된다.
이 조직은 1946년 이곳 뉴저지주 플레인필드의 성 마리아 본당의 주임 사제에 의해 창설됐다. 그 주인공인 헤럴드 코건 신부는 중병(중증 신장염)을 앓게 되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이때 그는 병상에서 그 몇 해 전 순례길에서 큰 감명을 받았던 파티마의 성모에게 기도하면서 만일 자신의 병이 낫는다면 남은 생애를 전적으로 파티마의 성모에게 봉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병이 나은 그는 기도 덕분에 나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했던 약속을 실천으로 옮겼다.
코건 신부는 자신의 본당 신도들에게 파티마의 성모 마리아를 주제로 하는 유물론에 대항하는 강론을 하기 시작했고 성당 조직을 파티마를 수호하는 조직으로 정비하면서 그 조직활동을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펼쳤다. 코건 신부는 이듬해인 1947년 바티칸으로 가서 교황 비오 12세를 알현하고 푸른 군대 창설에 대한 교황의 정식 인가를 받았다.
코건 신부는 맑시즘 공산주의에 일가견이 있는 신부로 통했다. 그는 젊은 사제 시절 맑시즘에 심취해 조직에 까지 관계해 웃 사람들로 부터 치도곤을 당했었다고 알려져 있는 사제다. 그랬던 그가 천주교내 1등 반공 투사가 됐다는 얘기다.
교황 비오 12세는 그때 “신부님은 이제 공산주의와 싸우는 우리 교회의 총지휘관이 되셨군요. 나는 그런 의미에서 신부님과 모든 푸른군대 회원에게 교황으로서의 가장 큰 장엄 축복을 내리겠습니다.”라는 말을 통해 코건 신부의 전력을 알고 있으며 자신 역시 푸른 군대를 적극 지지하는 반공 주의자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그렇다, 파티마의 푸른 군대는 반공을 활동 모토로 하는 천주교 조직이다. 1950년에 푸른 군대 회원은 1백만 명을 돌파했으며, 1953년에 5백만 명을 돌파했다. 오늘날 푸른 군대에는 약 2천만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는데 현재 한국 지부의 회원 수도 약 15만 명 이란다.
공산 레드아미에 대항하는 불루아미를 탄생시킨 파티마의 기적 이야말로 천주교 반공주의의 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파티마의 기적, 이 일은 1917년 포르투갈의 인구 1만 명의 작은 마을 파티마의 한 목초지에서 양치기를 하던 당시 열살의 루치아 산투스, 일곱 살의 자신타 마르투, 아홉 살의 프란치스쿠 마르투 등 4촌 사이인 세 명의 어린이가 5월부터 10월 까지 다섯차례 현현한 성모 마리아를 만나 세가지 예언을 들은 일을 말한다. 그 예언 중 하나가 러시아 공산주의의 발흥과 소멸에 관한 것이었다.
교황청 공인의 이적이다. 로마 교황청은 여태껏 수백 건의 성모 발현 등의 이적 주장을 조사했으나 그 중 인정된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파티마는 그중 하나로 어떤 이들은 역사상 최고의 성모 발현 이적이라고 얘기한다. (계속)
*위 사진 뉴튼 수도원의 마리아 상과 베네딕토 성인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