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승인 전체 14개국 중 미국만 남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까다로운 조건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합병까지는 사실상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겨놓게 됐다.
대한항공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에어인천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다음달까지 매각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뒤 EU의 승인을 받아 연말에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작업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사업 인수 시 거래 확실성, 항공화물 사업의 장기적인 경쟁성 유지 및 발전 성장, 역량 있는 컨소시엄을 통한 자금 동원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에어인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에어인천은 2012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항공화물 전용 항공사다. 현재 자체 화물기 8대와 리스 3대 등 총 11대를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노선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에어인천은 이번 계약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과 중·대형 화물기를 품에 안아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은 지난 2월 EU가 화물노선 독점을 우려해 ‘조건부 승인’을 내건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여객 부문 ‘경쟁 제한’에 대한 EU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유럽 4개 노선(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파리)을 티웨이 항공에 이관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EU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하고 13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으로부터 10월 말까지는 최종 승인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과 EU가 요구한 모든 것을 했고 더는 양보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승인을 받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인 통합까지는 2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기까지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 저비용항공사(LCC)의 통합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