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에 반대 운동가들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제기한 소송
연방대법원이 지난 13일 먹는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해달라는 요청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앞서 낙태에 반대하는 의사 및 시민운동가들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약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관 7명은 원고들이 이 약의 접근성에 대해 어떻게 피해를 봤는지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다고 봤다. 이는 소송을 제기할 법적 지위를 위해 필요한 요건이다.
이에 대법관들은 원고들이 사건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법적 권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먹는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은 미국에선 2000년부터 합법적으로 승인됐으며, 2016년부터 관련 규정이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은 규정을 변경해 미페프리스톤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사거나, 우편으로도 배송받을 수 있게 허용했다.
낙태 반대 의사와 시민운동가들의 모임인 ‘히포크라테스 의사 연합’이 제기한 이번 소송이 받아들여졌다면, 이러한 부분이 제한됐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기념비적인 판결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지난 2022년 연방 대법원에서 뒤집힌 이후, 미국 내 몇몇 주에선 낙태를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낙태가 불법인 국가는?
‘재생산권 센터’에 따르면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국가는 약 21개국이며, 대부분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저개발국) 국가다.
여성의 생명이 위험할 때,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일 때 등 낙태 허용 사유를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국가는 이보다 더 많다.
대륙별로 살펴보면 우선 아프리카에선 대부분 국가의 낙태법이 제한적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등 소수의 국가에선 그렇지 않다. 콩고, 세네갈, 시에라리온, 모리타니아, 마다가스카르, 이집트는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
국가 별 낙태 제한 현황
유럽에선 대부분 국가들이 경제적인 이유(임신부의 사회 및 경제적 여건 등 출산이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을 고려한다) 혹은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그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태아 생존 가능 시점(임신 약 24주)까지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판결이 2022년 뒤집히면서 주마다 법이 다양하다.
‘미페프리스톤’이란 무엇이며, 사용을 승인한 국가는?
미페프리스톤은 가장 최근 승인한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96개국에 승인을 받았다
미페프리스톤은 의학적인 낙태를 유도하는 2단계 과정에서 1번째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임신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런 다음 자궁을 비우기 위해 2번째 약물인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게 된다. 미국 내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2단계 과정을 모두 거칠 경우 95%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페프리스톤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승인됐다. 재생산권을 옹호하는 비영리 단체인 ‘가이유니티’에 따르면 현재 96개국에서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승인했으며,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일본, 니제르 등은 가장 최근인 지난해 사용을 승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지 않은 낙태를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미페프리스톤 및 미소프리스톨을 사용한 낙태를 언급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약물은 여성이 올바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필요시 추가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의료 환경이 아닌 곳에서도 안전하게 복용 가능하다고 말한다.
미국에선 임신 10주까지의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승인하고 있으나, 여러 국가에선 임신 제2석달(28주)까지의 의학적 낙태에도 사용 가능하다.
미페프리스톤의 부작용 및 안전성은?
미페프리스톤 복용 후의 복부 경련, 질 출현 등은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증상으로,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약이 효과가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힘 빠짐, 발열, 오한, 구토, 두통, 설사, 현기증 등을 꼽을 수 있다.
WHO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이 안전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두 약물 모두 WHO의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돼 있다. 미국 내 연구에 따르면 이 2단계 약물 복용 시 추가로 의학적 후속 조치가 필요한 경우는 1% 미만이라고 한다.
FDA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 복용 시 사망률은 100만 명당 5명꼴이라고 한다. 이와 비교해 미 의사 협회 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페니실린 복용 시 사망률은 사용자 100만 명당 20명꼴이다. 페니실린은 흔하게 처방되는 항생제로, 사망의 주요 원인은 알레르기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