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세상떠난 컴퓨터 신동 ‘카를로 아쿠티스’ 소년
“그의 유품에 기도 했더니 기적이 계속 발생했다.”
복자의 ‘렐리퀴에’ (유품 장식물) 뉴욕에도 도착.
백혈병으로 1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소년이 가톨릭교회의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 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크게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복자(福者)인 카를로 아쿠티스에 의한 두 번째 기적이 있었다고 결정, 이 소년에게 시성(諡聖) 자격을 부여했다.
사후 14년 만인 2020년 복자 반열에 오른 그는 두 번째 기적이 인정됨에 따라 성인 반열에 오를 자격을 갖췄다.
가톨릭교회는 공적인 공경 대상이나 그 후보자에게 시성 절차에 따라 가경자(可敬者), 복자, 성인(聖人) 순으로 경칭을 부여한다. 교황청에서 성덕이 인정돼 가경자가 된 뒤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된다.
아쿠티스가 시성 되면 밀레니얼 세대 최초의 성인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한 912명 가운데 가장 최근에 태어난 사람은 1926년생이었다.
아쿠티스는 1991년 이탈리아인 부모 슬하에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어릴 때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주했다. 초등학생 때 코드를 독학해 깨친 컴퓨터 영재로 가톨릭 성인의 기적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제작·관리하는 등 가톨릭 복음을 온라인으로 전파하는 데에 힘써 ‘신의 인플루언서’로 불렸다.
그의 어머니는 과거 한 신문에 아들이 세 살 때부터 밀라노 성당들에 가자고 하곤 했으며, 용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쿠티스(위 사진)는 또한 부모가 이혼한 학급 친구들을 돕는데 적극 나섰고,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막거나 노숙인들에게 음식이나 침낭을 가져다주곤 했다.
하지만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006년 10월, 15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생전 유언대로 청빈한 삶으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성인(1181∼1226)의 고향 아시시에 묻힌 아쿠티스는 앞서 2020년 복자에 올랐다.
2013년 췌장 관련 질병을 앓던 7세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기적으로 인정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인정된 두번째 기적은 202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자전거 사고로 긴급 개두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던 20대 코스타리카 여성 발레리아 발베르데와 관련된 것이다.
이 여성의 어머니는 사고 며칠 뒤 아시시에 있는 아쿠티스의 무덤에서 딸의 회복을 기도했다. 위독한 상태였던 발베르데는 모친이 기도한 바로 그날 인공호흡기 없이 호흡을 시작했고 언어 능력 등을 회복했다고 전해졌다. 10일 후에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뇌타박상도 사라졌다. 교황청 이적 조사국이 이를 확인했다.
가톨릭에서는 사람들이 천국에 있다고 믿는 고인에게 그들을 대신해 신에게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기도를 할 수 있다. 예컨대 누군가가 질병이나 부상에서 회복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만약 그 기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예상 밖의 회복을 겪은 것으로 보일 경우 교황청이 이를 기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가톨릭에서는 예수님과 마리아, 사도들과 순교자들을 포함한, 가톨릭이 ‘성인’이라고 정한 사람의 유해나 유품을 ‘성유물(聖遺物, Holy Relics)’이라 하여 귀중히 여긴다. 라틴어로 ‘relíquĭæ(렐리퀴에, reliquiae)’다. 예수님의 시신을 감싼 천이라고 전해지는 ‘토리노의 수의’,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 병사의 창이라고 전해지는 ‘롱기누스의 창’이 대표적이다.
한편 교황청과 이탈리아 교구의 배려로 카를로 아쿠티스 복자의 유해 일부를 담은 렐리퀴에가 뉴욕 라클랜드 마리안 슈레인 성당 에도 전달돼 지난 9일 미사 때 신도들이 친견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이날 한인 신도들이 참여한 오후 한국어 미사 때는 조민현 신부의 집전으로 힐링기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우리 하이뉴욕 코리아 독자들의 건강과 안심을 기원하는 뜻으로 스마트폰에 늘 저장될 수 있도록 렐리퀴에 정밀 사진을 게재 한다.
“믿는 사람에게 복이 있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 베로니카 안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