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새로운 ‘3단계 휴전안’ 공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기 위한 새로운 ‘3단계 휴전안’을 공개하고 이 안이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과 ‘정권 유지’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위사진은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그간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안팎의 요구에도 종전 방식과 전후 구상 등 전쟁의 출구 전략을 세우기를 지속적으로 거부해 왔으나,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로 선택지 앞에 불려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가 새 휴전안을 수용한다면 8개월째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이스라엘 인질들 데려오는 동시에 이스라엘이 점차 심화되는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지만, 동시에 총리 자신이 실각할 가능성이 커진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번 전쟁과 관련해 지지층의 비판 여론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새 휴전안을 공개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시에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이스라엘에 이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고 전쟁 지속을 촉구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어떤 압박이 오더라도 휴전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스라엘 연정 내 극우 인사들이 연정을 붕괴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협상 거부’를 압박하는 것을 거론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내 13석을 차지한 극우 정당에 이번 전쟁 내내 휘둘려 왔다. ‘가자지구 재점령’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 인사들은 ‘연정 탈퇴’를 빌미로 총리를 압박하며 중재국들의 휴전 노력에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다. 네타냐후 총리 연정은 120석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서 64석을 차지하고 있어 4명만 이탈해도 과반 의석을 잃어 연정이 붕괴할 수 있다.
이는 전쟁 발발 이전부터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던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그는 하마스 공격을 막지 못한 안보 실패 책임론에 시달린 데다 8개월 가까이 인질 구출에도 실패하며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그가 안보 실패에 따른 국민적 심판을 피하기 위해 전쟁을 무리하게 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자국 협상단이 이 휴전안을 제안했다고 확인했지만, 이후 재차 성명을 내고 “하마스 제거 전까지 종전은 없다”는 강경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난감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발표가 국내 반대 세력을 의식한 것이자 “그의 선택권을 열어두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휴전안 소식이 전해진 뒤 이스라엘에선 12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와 휴전과 네타냐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등 여론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결국 휴전보다는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쪽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레우벤 하잔 히브리대학 교수는 “네타냐후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마다 항상 극단주의 광신도 편을 들어 왔다”며 “그는 미국에 ‘네, 하지만···’이라고 말한 뒤 하마스가 휴전안을 거부할 때까지 기다리는, 최대한 (전쟁을) 오래 끌고 가는 법도 배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