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위원
“트럼프가 어떤 측근 기용할지에 달려”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소 주최로 진행된 ‘아산플래넘 2024’에 참석한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위원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미군 감축을 주장하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 한국, 일본에서 미군을 감축하는 대신 핵 능력을 개발하게 해달라고 할 때 트럼프는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설득될 수 있다.”고 말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과 한반도 상황을 오랫동안 분석해온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위원이 ‘아산 플래넘 2024’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아산정책연구소 제공
25년간 미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북한을 분석한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주한미군이 바로 철수하거나 감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트럼프가 수십년 동안 일관되게 ‘왜 한국이나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켜야 하느냐’며 미군 철수를 주장해 왔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의 불안해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의회에서 주한미군 주둔을 지지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쉽게 철수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트럼프를 설득할 합리적인 인사들이 있었지만 재선해서 2기 정부를 꾸릴 경우 어떤 인사들을 외교안보 분야에 기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0%’라고 자신있게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미 테리 연구위원은 미국 일부 전문가들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시 한국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데 대해서도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달려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 무기 역량을 개발하는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명확하고 변하지 않는다. 트럼프도 한국의 핵개발 능력을 인정하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만약 한국, 일본에서 미군을 감축하는 대신 핵 능력을 개발하게 해달라고 할 때 트럼프는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설득될 수 있다. 트럼프가 대 한반도 정책에 어떤 입장을 가진 측근을 기용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테리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드라마처럼 회담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재선될 경우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은 높다”고 했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에 양보했었고, 하노이에서는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은이 다시 협상장에 나온다면 김정은은 싱가포르가 재연되기를 원하고 하노이의 재연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을 위해 “김정은은 레버리지를 키우고자 핵무기를 더욱 증강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전문가들의 이견에 대해 “저도 동의한다”면서도 ‘비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 위협을 줄이는 데 집중하기 위해 군축 협상을 하자’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군축협상의 길로 가면 김정은은 제재를 해제하도록 계속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핵 증강을 막을 유일한 레버리지는 제재인데 북한을 믿고 그것을 약화시켜도 될 것인가. 대북 압박은 포기할 수 없다. 억지력을 강화하거나 대북 압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만족스러운 해답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다.”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한미일 관계에서 틈을 벌리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북-일 정상회담이 현재 김정은에게 우선 사항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동맹국과 양자 차원에서 진심을 다하면서, 3자 또는 다자적으로 협력하고 동맹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의 엄청난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한미일 협력, 오커스, 쿼드 등 동맹들의 ‘소다자’ 협력체들이 “서로 연결되고 겹치며 맞물린 관계로 격자 울타리 배열을 만들고 있다”며 “이런 협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2017년 1월~2021년 1월 한반도 등 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했던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수십년 동안 주장해 왔고, 미국 국방부는 그것을 일축하고 한미 동맹을 수호하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핵 억지력은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미국이 피해를 입어도 한미 동맹을 지키고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는 심리적인 것이기도 하다”면서 “한국이 핵 우산을 믿지 못하고 핵무장을 하겠다고 한다면 미국이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실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만일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일본도 하려할 것이고 핵확산 체제에 큰 파급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