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 의사소통 아닌 방식으로 분노 메시지 전달”
NYT, 이스라엘 라파 공격 강행 땐 관계 한층 악화할 듯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 지구 남단 라파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에 경고하기 위해 탄약 지원을 중단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76년 동맹이 중대 전기를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평가했다.
NYT는 탄약 지원 보류가 전화 통화나 성명 발표 등 직접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아닌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메시지 전달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그러나 미 정부가 탄약을 제외한 다른 무기는 계속 지원하고 있으며 당국자들이 탄약 지원 보류가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면서 이번 조치로 인해 양국 관계가 반드시 파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지원을 유보한 탄약은 2000파운드 폭탄과 500파운드 폭탄 3500개다. 미 당국자들은 대형 폭탄의 파괴력이 너무 커 라파처럼 인구 밀집 지역을 상대로 한 정밀 공격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미 국무부도 합동직격탄(JDAM) 유도 장치 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치의 지원은 임박하지 않은 상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방위에 필요한 수단을 계속 보장할 것이지만 그런 전제 아래 현재 라파에서 벌어지는 일과 관련해 일부 단기 안보 지원 선적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만 명 이상의 피난민이 몰려 있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은 몇 개월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 요인이 돼 왔다. 특히 며칠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파를 공격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바이든이 네타냐후 압박하는 유일한 수단
미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탄약 지원 유보 결정은 네타냐후를 압박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스라엘 안보까지 건드리면서 미-이스라엘 관계가 최악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도 달리 방법이 없다. 전쟁이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민주당 단합을 해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위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당초 탄약 지원 보류를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이스라엘 측이 이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이스라엘이 라파 난민 11만 명에 대해 소개령을 내리고 시 외곽을 공습했으며 탱크를 진입시켜 이집트 국경에 접한 검문소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아직 전면 공격은 아니지만 미 백악관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표면적으로는 지난 주말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병사 4명이 전사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하마스가 인질 석방 휴전 협상에 응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질 석방 휴전 협상이 타결될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한층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 외교협회 중동전문가 엘리엇 에이브람스는 “이스라엘이 결국은 라파를 공격하면서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전에도 이스라엘 지원 중단한 사례 많아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을 전 세계 최초로 인정한 미국이지만 양국 관계는 끊임없이 부침을 겪어왔다.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았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최초로 호크 대공미사일 지원을 시작했고 린든 B. 존슨 대통령 시절 전차와 전투기를 지원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반대해 전투기와 탄약 지원을 한 차례 이상 중단한 적이 있으며 조지 H.W. 부시 대통령도 요르단 강 서안 지구 정착촌 건설에 미국 자본이 사용되지 않게 하려고 100억 달러의 주택건설 자금 지원을 연기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지원을 했다. 지난해까지 미국이 지원한 군사 및 미사일 방어 지원규모는 1587억 달러(약 217조 원)에 달한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 시절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미국은 10년에 걸쳐 매년 38억 달러의 군사지원을 하고 있으며 지난달 미 하원에서 통과된 지원에 따라 150억 달러 규모를 추가 지원한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 유보 결정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지원 유보 결정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상당하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오래 자문해온 샬롬 립네르는 “하마스를 고무할 것이 분명한 무기 지원 제한 결정이 이스라엘에 큰 파문을 일으켰으나 바이든이 자주 강력한 안보 공약을 언급하고 있어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라파 공격 실패 책임 바이든에 떠넘길 듯
그는 그러나 “네타냐후 정부가 무시하기 어려운 전략적 타격”이라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공격을 신중하게 진행하면서 군사 작전 실패의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떠넘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라시아 그룹 쿱찬 회장은 네타냐후가 라파 공격을 연기하면 미국의 무기 지원 보류가 일회성이 되겠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의 대립이 지속되면 무기 지원 중단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 관계의 기반이 워낙 단단히 이번 일로 크게 손상되지는 않겠지만 무기 지원이 더 늦춰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