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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뉴스

미투 운동 촉발 와인스타인 유죄 판결 뒤집혀

뉴욕주 대법원  “중요 재판 원칙 위배”   하급심으로 사건 돌려보내

 캘리포니아 주 16년 형 아직 유효, 석방 안돼

 

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뉴욕주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뉴욕주 대법원 판사들은 25일, 4대 3으로 유죄 판결을 뒤집고 하급심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하급심 재판에서 검찰이 와인스타인이 기소된 혐의와 관련 없는 여성들의 법정 증언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검찰은 기소된 사건에는 포함되지 않는 피해 여성 3명을 증인으로 내세웠는데, 이들이 증언한 피해 사실을 기소에 포함하지는 않았다.이들 증인들은 기소 사건에서 직접 피해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피고가 저지른 다른 범죄행위에 대해 증언하는 이른바 몰리뉴 증인 (Molineux witnesses)에 속한다.

와인스타인 측은 1심 재판에서 이를 문제 삼으며 검찰이 배심원단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주 대법원은 2심과 달리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1심 법원이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와인스타인은 뉴욕주에서 새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여배우 지망생과 TV 프로그램 제작사 보조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와인스타인은 2020년 뉴욕주 1심 재판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았다. 뉴욕주 항소법원도 2022년 1심 판결을 유지해 현재는 수감된 상태다.
다만 그는 2004~2013년 베벌리힐스에서 5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2022년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별도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와인스타인 측을 인용해 그가 석방되지 않고 캘리포니아로 이송돼 형을 계속 살게 된다고 보도했다.

유죄 판결이 4년 만에 미국 뉴욕주 대법원에서 뒤집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피해를 폭로했던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고,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앞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가해자의 책임을 묻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와인스타인의 성폭행을 처음 폭로한 배우 애슐리 저드는 “이는 생존자(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불공평한 일”이라면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진실 속에 살고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우 로즈 맥가윈은 영상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뒤집더라도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우리가 겪은 일과 이 삶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와인스타인 고발에 초반부터 함께한 배우 로재나 아켓도 “그는 정당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그의 판결을 뒤집은 것은 불행한 일”이라면서 “생존자로서 정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오스카상 수상 배우인 미라 소르비노는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에게 치우친 사법체계가 끔찍하고 역겹다”고 직격했다.

NYT는 이번 결정에 대해 “사법 시스템에서 성범죄 피해자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판사 중 한 명인 매들린 싱가스는 “법원이 향후 사건들에서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여성, 특히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을 자신의 권력으로 성 착취하는 남성들은 오늘 결정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와인스타인이 이날 대법원 결정으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다른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또 그는 영국에서도 두 건의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뉴욕주 대법원의 이날 결정이 와인스타인의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와인스타인 측은 조만간 캘리포니아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할 예정으로 전해졌는데, 변호인 측은 이번 법원 결정이 캘리포니아 사건을 항소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단체 ‘여성의 평등한 정의 프로젝트’의 책임자이자 전직 성범죄 담당 검사인 제인 매닝은 뉴욕주 판결이 LA 사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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