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대통령이 대량 학살 방관 반발”
WP “집회 방식 등 68혁명과 닮은꼴”
“1968년 반전 운동의 유령이 돌아왔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의 상황이 베트남전쟁에 반발한 대학생들의 시위가 시민들의 반전 의식을 일깨웠던 1968년의 풍경과 닮은꼴이라는 분석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200일을 넘긴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또 한 번 ‘반전 운동’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 사진은 1968년 미국 컬럼비아대 학생들 800여명이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홈페이지 갈무리
56년 전 미국 대학생들은 미국 정부의 베트남전 파병을 규탄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학생시위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식이 퍼졌다. 이에 당시 미군 파병을 결정했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민주당)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베트남전 종결’을 공약으로 내세운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승리를 거뒀다. 이같은 저항 의식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68혁명이 벌어지는 등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NYT 칼럼니스트 찰스 블로는 24일 칼럼에서 “이들은 전쟁에 항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세대였다. 베트남전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참상을 목격해야 했던 전쟁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지켜본 지금의 젊은 세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학생시위가 ‘반유대주의’ 등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일각의 해석에도 선을 그었다. NYT는 “대학생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늘어가는 사망자 수를 보며 자신들도 전쟁에 연루돼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시위대는 단순히 외교정책에 분노를 느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지지했던 대통령이 대량 학살을 방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는 학생들에게는 윤리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이 반세기 만에 다시금 ‘반전 학생시위’의 본거지로 떠오른 점도 미 언론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컬럼비아대는 유대인, 아랍인 재학생이 많은 대학 중 하나로, 중동 지역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AP통신은 “컬럼비아대는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1968년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캠퍼스 건물 5곳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다 7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대학생들의 반전 의식이 시위로 이어진 점, 캠퍼스 내 공간을 점거하는 방식의 집회가 여러 대학으로 확산한 점, 공권력의 무력 진압이 벌어진 점 등에서 이번 시위가 68혁명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