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AI 성적표’ 공개…”한국, 인재 수준 높으나 유출”
IT 강국 무색, “민간 투자·자체 모델 개발 극히 저조”
한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인적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반면 우수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IT 총아, AI관련 특허 수나 인재집중도는 높지만 관련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추세이고, 민간 투자도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는 지난 15일(현지시각) 각국의 AI 기술과 인력 시장에 대해 종합 평가한 ‘AI 인덱스 2024’를 발표, 한국 AI 산업 성적을 이같이 진단했다.
위사진은 지난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포럼 출범식’모습.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의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는 10.26으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2위를 기록한 룩셈부르크(8.73)에 비해 약 1.5개 더 많은 수치다. 3위 미국(4.23)·4위 일본(2.53)와 비교하면 월등한 격차를 유지했다. 프랑스·독일 등 전통 유럽 강국도 이 항목에서 ‘1’을 넘지 못했다.
HAI는 글로벌 비즈니스 사이트 링크트인 결과를 인용해 국내 AI 산업 종사자의 질적 경쟁력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 AI 인재 집중도는 0.79%로, 3위를 달성했다. 해당 지표는 국내에서 AI 업계 종사자가 관련 자격증을 얼마나 가졌는지를 따진다.
한편 링크트인에 등록된 1만명당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 한국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이너스’는 AI 업계에 종사하는 인적 자원이 국내로 들어오는 대신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AI 인재이동지표는 2020년까지는 0.3을 기록했지만 2년 연속 수치가 감소해 지난해 급기야 마이너스 0.3을 기록했다.
덩달아 업계 민간 투자도 쪼그라든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이 민간 시장에서 672억 달러(약 93조원)를 투자받아 1위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조사 대상 중 9위(13억9000만 달러·약 1조9460억원)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6위를 기록했지만 경제 여건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투자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국은 생성형 AI 기술의 기반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지난해 하나도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는 별도로 HAI가 ‘주목할 만한(notable)’ AI 모델로 선정한 108개 중에서도 한국이 개발한 모델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