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것은 좋고 검은 것은 나쁘다’는 뜻 내포해
‘블랙리스트’(blacklist)는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 명단’을 말한다. 수사기관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흔히 사용한다.
그런데 앞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을 포함한 미국 내 정보기관에서 이 ‘블랙리스트’라는 용어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정보당국 다양성·평등·포용 부서가 발행하는 내부 소식지 ‘더 다이브’가 ‘정보기관이 사용하는 언어의 정확성 개선을 위한 다양성 지침’을 기고했다고 24일(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 지침은 정보기관이 통상 사용하는 ‘블랙리스트에 넣다’(blacklisted)라는 표현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흑은 나쁘고 백은 좋다’는 인종차별적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 지침은 ‘기능을 검사하다’는 뜻인 ‘sanity check’ 또한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sanity’는 ‘온전함’이라는 뜻과 ‘정신상태’라는 의미를 모두 갖는다. 따라서 ‘sanity check’이라는 표현은 정신질환자 비하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아주 쉬운 일’이라는 뜻의 ‘cakewalk’, ‘기득권의’라는 뜻의 ‘grandfathered’ 등 그 유례가 흑인 노예제도와 연관이 있는 단어들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신문은 이어 젠더 다양성에 대한 이해 부족, 이슬람과 테러리즘을 동일시해 내부 무슬림계 동료를 소외시키는 실태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침이 정보기관의 활동을 막는다고 비판했다. 톰 코튼 아칸소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요원들은 테러리스트를 잡는 데 시간을 써야지, 테러리스트의 기분까지 신경 써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보당국은 ‘다양하고 포용적인 인력체계 구축’을 위해 해당 지침을 유지할 방침이다.
텔레그래프는 현재 미국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골자로 한 ‘문화 전쟁’에 휩쓸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