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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 군인 배치, 뉴욕시 범죄 예방책 두고 ‘갑론 을박’

 “불필요한 공포감 조장”   “시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되찾아주기 위한 노력”

최근 지하철에서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미국 뉴욕시가 지하철역 곳곳에 주 방위군 750명을 배치해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권력을 남용하고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일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주 방위군 750명과 경찰관 250명을 뉴욕 지하철에 투입해 승객들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행됐다.
호컬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하철에 총이나 칼을 갖고 가려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는 모든 뉴욕 시민들에게 안전과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과 경찰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 투입됐고, 지하철역을 지나는 승객들의 가방을 무작위로 검사하고 있다. 불심검문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지하철 탑승이 불가능하다.

뉴욕주의 ‘초강경’ 대응은 최근 뉴욕 지하철역에서 총격과 같은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말에는 기관사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좌우를 살피다가 괴한에 목을 베이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1월에는 열차 내에서 싸움을 말리던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
그러나 방위군 투입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주마네 윌리엄스 뉴욕시 공익옹호관은 성명을 통해 “지하철을 군사화하고 대중들의 지하철 이용을 막는 데 자원을 쓰는 것은 심각한 (공권력의) 오용”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최근 이목을 끄는 범죄가 짧은 간격으로 발생했을 뿐, 범죄 자체가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뉴욕 경찰(NYPD)에 따르면 지난달 지하철에서 발생한 범죄는 148건으로,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한 수치다.
불심검문이 인종차별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잔 허먼 브루클린대 로스쿨 교수는 “(무작위 검사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특히 공권력의 차별적인 대응을 경험해 온 소수자들에게는 오히려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 “이들의 권리와 자유를 희생해서 나머지 시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비영리단체인 뉴욕시민자유연맹이 2003년부터 20년간 이뤄진 NYPD의 불심검문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백인에 비해 흑인은 8배, 라틴계는 4배 더 많은 검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들 반응도 엇갈렸다. 뉴욕 시민 에이프릴 글래드(62)는 “나는 이미 안전하다고 느낀다”면서 “정치인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근거 없는 두려움을 조장하려 한다”고 NYT에 말했다. 반면 낸시 슬롯닉(57)은 차별적이지 않다면 가방 검사는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호컬 주지사가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후보들은 범죄, 국경 안보 등과 관련한 유권자의 불안감을 이용해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민주당 소속인 호컬 주지사는 선거를 앞두고 ‘우리도 범죄에 엄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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