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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노트북> ‘사람향기’ 우리네 풋풋한 인연 이야기 오스카를 겨냥한다.

 자전적 이야기에 담은 잔잔한  ‘사람 향기’ 영화계 매료
 오스카가 주목한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첫사랑 한국 남자와 뉴욕 부부  이민의 삶과 동양적 인연 담아

오는  10일 개최될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리스트가 공개됐다.  그중 <오펜하이머>와 <가여운 것들>은 각각 13개, 11개 후보에 오르며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했고, <플라워 킬링 문>과 <바비>는 각각 10개,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는 게 큰 뉴스지만 우리에게는 동포 감독의 처녀작  . <패스트 라이브즈>가  으뜸상인 작품상 후보에 끼어 있다는 것이 더 반갑고 큰 뉴스다.

1988년 생 셀린 송(Celine Song  한국이름 하영) 은  캐나다 시민권자 이지만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극작가 영화 감독이다.    많이들 기억하는 한석규 송강호가 나오는 ‘넘버 3’의   송능한 감독의 딸이란다. 그녀는  이 작품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송 감독은 이 데뷔작 으로 단숨에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이루어 내기 힘든  쾌거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고, 이어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아 스크린데일리 평점 1위를 기록했다.

많은 평론가들은 송 감독이 감독상 후보군에서 제외된 사실에 아쉬움을 표현한다. 여성영화평론가협회는 송 감독을 베스트 스토리텔러로, ‘패스트 라이브즈’를 베스트 영화로 선정했다. 시애틀평론가협회 등 다수의 평론가그룹이 송 감독을 최우수 감독으로 거론했고 전미비평가협회는 지난 9일 ‘패스트 라이브즈’에 작품상을 안겨줬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 자신의 이야기다.    한 여자가 두 남자 사이에 있다. 한 남자는 그녀의 남편이고 다른 한 남자는 어린 시절의 남자 친구이다. 세 사람이 뉴욕의 어느 바에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눈다. 세 사람 사이의 어색한 기류, 이상한 느낌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다.  이들 세 사람을 다르게 구분하는 건 그들의 문화와 자라온 환경, 그리고 다른 언어이다. 그러나 그 무언가가 이들을 하나로 연결한다.
“서로 만날 이유가 없는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그들이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공통점 때문이죠. 그 순간이 마치 공상과학처럼 느껴졌어요. 문화와 시간과 언어를 초월하는 … .”

송 감독은 12세에 캐나다 토론토로 부모를 따라 이민 왔다가 다시 뉴욕으로 이주,  20대에 극작가가 되어 연극계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해성이 그녀를 찾아왔던 순간의 영감을, 그리고 그 인연을 끝내 한 편의 예쁜 영화로 탄생시켰다.

영화는 서울에서의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인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은 12살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영’이 이민을 간다.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SNS를 통해 우연히 자신을 찾고 있는 해성의 글을 본다. 다시 연결된 두 사람은 설렜지만 또 단절된다. 또 한 번의 12년 후, 해성은 마지막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 뉴욕을 찾는다. 잊고 있던 과거는 또 다른 감정을 불러오고, 현재의 잔잔함은 거침없이 흔들린다.

각종 인터뷰에서 셀린 송 감독은 주연 배우 유태오와 그레타 리에 대한 강한 신뢰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몇 백개의 오디션 테이프를 봤고, 오롯이 그 안에서 캐릭터에 가장 잘맞는 캐스팅을 하기 위해 애썼다. 유태오와 그레타 리 모두 ‘이 사람이다’ 싶은 배우였다”고 말했다.

샐린 송 감독은 유태오에 대해 “오디션 테이프를 보고 직접 불러 연기해보고, 대화도 나눠보고, 이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30명 정도 불렀는데 유태오 배우가 마지막에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이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그의 나이가 마흔이었는데 어린아이, 어른의 얼굴이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었다. ‘해성’이라는 캐릭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떠올렸다.

여주인공 그레타 리에 대해서도 “유태오씨와 마찬가지로 세 시간 반 정도 오디션을 봤다. 유태오 배우와 비슷한데 프로페셔널하고, 어른스러운데 장난치고, 농담할 때는 어린아이 같다. 그 부분이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정말 연기를 잘한다. 좋은 배우”라고 극찬했다.

남녀 주인공 만큼 극 중 중요한 인물, 나영의 남편 ‘아서’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적은 분량에도 묵직하고도 섬세한 감정연기로 극의 주제를 서정적이만 현실적으로 뭉클하게 이끈다. 셀린 송 감독은 “아내에 대해 많은 게 궁금했던, 그 깊은 사랑을 다시금 깨닫고 완성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갑작스러운 폭풍(해성의 등장)에 연신 불안해하고 소외된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는 감상평에 그는 “자신이 모르는 아내의 모습을, 다른 국적에서 오는 정체성의 조각을 해성을 통해 알게 된다. 세 사람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나영 남편의 그 넓은 포용력으로 나영과 아서는 더 돈독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쌍하게 그려내진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답고 어른스러운 면이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연이라는 콘셉트는 매 일상에 있고, 또 그 단어를 알고 있어서 제 삶은 더 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단어를 영화에서 쓰기로 한 이유는, 사실 이 영화는 미스터리다. 세 사람은 누구인가가 첫 장면의 질문인데 그 대답 자체가 질문보다 미스터리하다. 그 대답은 ‘인연’이라는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성과 나영이는 전 남자친구, 전 여자친구도 아니고, 첫사랑이라기엔 손잡은 일밖에 없고, 친구라기엔 친하지 않아요.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와요. 이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서는 ‘인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서와 해성도요. 적도, 친구도 아닌 이들은 또 다른 인연이죠. 한국인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기에, 인연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멜로, 운명의 의미를 넘어)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설명했어요. 제 생각에 어디든지, 보편적인 부분은 삶에서 지나친 것이 있다면 ‘인연’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단지 그 단어를 모를 뿐이죠.”

송 감독이 그리는 사랑은 비극도 코미디도 아니다. 멜로드라마는 더더욱 아니다. 노라와 해성은 그들의 떨어져 있는 삶 속에서 인연이라는 뿌리 깊은 친밀감을 찾아낸다.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는 누군가를 구속하고 또는 구속당한다. 해성이 23년 만에 자기 앞에 나타난 순간, 노라는 그 관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관계가 지속하여 오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어요. 중요한 건 어느 순간이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에요. 나의 인생으로 들어와 준 그 누군가 … 과거에 스쳐 지나갔던 또는 앞으로 스쳐 지나갈 그 누군가.”

송 감독은 이들의 걸어가는 방향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세상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결말을 담아냈단다. 그리고 여기엔 첫사랑 서사보다 더 애틋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남편 아서의 사랑과 배려가 함께 한다. 잠꼬대를 한국어로 하는 아내에 “마음속에 내가 가지 못하는 장소가 있는 것”이라며 무서웠다고 말하던 아서는 끝까지 성숙한 태도로 아내를 지키고 보듬는다. 그래서 더 뭉클하고 여운이 큰 결말이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해피엔딩….

나는 ‘아서’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아내와 해성의 상호작용에서 그가 느꼈을 ‘소외감’ – 자신과는 다른 문화, 성장 환경 그리고 언어와 국적이 주는- 의 실체를 나 또한 깨닫게 되면서 아서야 말로 진정한 대인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가을, 스텝 딸의 결혼식 파티에서 느꼈던 묘한 감정…모두 웃고 떠들며 즐기는데 분명히 나 또한 가족의 일원이었음에도 온전히 그 안에 파묻힐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관계에서든 내가 들여 놓을 수 없는, 바라만 봐야하는 ‘공간’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 공간을 인정하고 품었을 때, ‘행복’ 과는 또 다른 ‘안심’이라는 것이 찾아 오는 것 아닐까.
아서는 그것을 나 보다 훨씬 먼저 알았나보다.

그래, 우리네 인생은 상대적이며 감각적인  행복보다 마음의 평화, 안심을   추구하는게 훨씬  옳다.

한국에서 ‘패스트 라이브즈’는 3월 6일 개봉한단다. 러닝타임 106분.

그런데 지난 달 새 청사의 문을 연 뉴욕 한국문화원이  개관을 기념하며 영화 상영회를 열고 있는데 그 첫  작품이 바로 이 <페스트 라이브스>였다.  지난 목요일  29일  저녁이 그 때였는데 그  시간에 긴한 약속이 있어 못 가본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느 순간이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이라니까…  인연은 이어지게 마련 아닐까.  그날도 분명 그랬다.

평범한 곳에 진리가 있고 잔잔한 곳에 감동이 있다는 우리네 풋풋한 인연 이야기를 사람의 향기로 그려 냈다는 동포 신예 감독의  잔잔한 영화의 선전을 기대한다.   .   (안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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