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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힐 의원들 ‘불출마 러시’ 그 이유는

  “이곳은 너무 망가졌다.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도 아무것도 아닌 게 돼”
  “선거는 커리어가 될 수 없고,  의회는 나이를 먹기에 좋은 공간이 아니야.”

캐피탈 힐 , 미국 의회에서  대중국 강경 노선을 이끈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공화당)이 지난 10일 오는 11월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12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주최 포럼에서도 “아내와 오랜 시간 논의했다. 8년 전엔 혼자였지만 그 사이 두 자녀가 생겼다”며 일과 가족 사이 균형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올해 39세의 최연소 상임위원장인 갤러거는 공화당 ‘라이징 스타’로까지 거론됐던 인사다. 프린스턴대 학사·조지타운대 박사를 거친 이라크 파병장교 출신으로 2014년 정계에 입문, 4선 연임에 성공했다. 갤러거는 “헌법의 설계자들은 시민들이 의회에서 한 계절을 봉사한 다음 사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도했다”며 “내 직함은 바뀌겠지만 미국의 적을 억제하고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임무는 동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대로를 걷는 것처럼 보이던 젊은 정치인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이 워싱턴 정가에서 화제를 부른 것은 특히 시점 때문이다. 갤러거는 지난 6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추진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한 표 차이로 부결됐을 때 반대표를 던진 네 명의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이다.

이에 당시 회의장에서 일부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갤러거를 에워싸고 불만을 제기했고, 지역구인 위스콘신주에선 극우 마가(MAGA) 진영에 속한 후보가 경선에 도전장을 냈다. 그로부터 나흘 만에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갤러거는 1·6 의회 폭동 사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 중국 강경론자인 동시에 동맹 강화·우크라이나 지원 등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확대를 지지한다. 트럼프 이후 공화당 내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고립주의 대외노선과는 거리가 있다.

갤러거뿐 아니라 공화당 소속 하원 유력 상임위원장들의 ‘불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마요르카스 장관에 대한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바로 다음날인 14일에는 마크 그린 하원 국토안보위원장(59)이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케이 그랜저 세출위원장(81), 패트릭 맥헨리 재정위원장(43),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에너지상업위원장(54), 갤러거에 이어 다섯번째다. 뉴욕타임스는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속하며 겨우 일 년 전 강력한 상임위를 맡은 의원들이 놀라운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기 2년인 하원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재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은 왕왕 있어 왔다. 미 선거분석 사이트 밸럿피디아에 따르면 오는 11월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연방 하원의원은 모두 43명(민주당 23명, 공화당 20명)이다.

이는 예년과 비교해 특별히 많은 수는 아니다. 2022년 중간선거 때는 그해 2월 기준 41명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2020년에는 34명, 2018년에는 42명이 불출마했다. 올해 불출마를 선언한 하원의원 가운데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선거, 대선 등에 도전하는 이를 제외하면 선출직·공직을 아예 떠나기로 한 사람은 25명이다. 상원에서는 7명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이중 6명이 고령 등으로 정계 은퇴하는 케이스다.

다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심화된 의회 난맥상이 의원들의 불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사상 첫 하원의장 탄핵과 뒤이은 의장 선거 파행은 초유의 의회 공백 사태를 초래했다. 갤러거는 포럼에서 중국 특위 활동이 초당적·자율적으로 진행됐다면서 “사실 의장이 계속 바뀌는 바람에 감독받을 일이 별로 없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린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곳(의회)은 너무 망가졌다.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공화당 내분이 격화하고 친트럼프·마가 세력의 당내 입김이 거세지는 것도 ‘합리적’으로 분류되는 공화 의원들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켄 벅 하원의원은 지난해 11월 불출마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길을 잃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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