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민 10명 중 7명이 ‘기꺼이 내놓겠다’고 답해
연구팀, 125개국 시민 설문조사 네이처 지에 발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자신 소득의 1%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세계의 시민 10명 중 7명이 ‘기꺼이 내놓겠다’고 답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 본 대학교와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소속 연구진은 지난 9일 이런 내용이 담긴 ‘기후 행동에 대한 실제·인지된 지지에 대한 전 세계 대표 증거’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연구는 ‘2021/2022년 갤럽 세계 조사(Gallup World Poll)’의 하나로 125개국, 12만9902명에게 ‘매달 소득의 1%를 지구 온난화에 맞서기 위해 기부할 의향이 있는지’와 함께 ‘100명 중 몇 명이 1%를 낼 의향이 있을 것 같은지’ 등을 물었다. 소득의 1%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탄소 중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예상한 연간 예산 추정치 내 범위다. 시민·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지 등도 물었다.
응답자의 69%는 매달 가계 소득의 1%를 기꺼이 기부하겠다고 답했다. 6% 정도는 금액이 더 줄어든다면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6%는 조금도 기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소득 1%를 기부하겠다는 응답자가 50%를 넘는 국가는 125개국 중 114개국에 달했다. 3분의 2 이상이 소득 1%를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국가도 81개국이다. 조사 대상 125개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6%, 세계 국내 총생산(GDP)의 96%, 인구의 92%를 차지한다.
1인당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소득 1%를 기부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높았다. 소득 구간을 5개로 나눴을 때 1인당 GDP 최상위 그룹에서는 평균 62%가, 최하위 그룹에서는 78%가 1%를 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시민들은 70.89%가 월급 1%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낼 수 있다고 답했고, 자국민 100명 중 약 35명만이 기꺼이 기후위기를 위해 돈을 낼 것이라 예상했다. 국가·시민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응답은 90%를 넘겼다. 미국의 경우에는 찬동률이 다소 낮아 43퍼센트에 그쳤다.
연구진은 “1인당 GDP는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 즉 회복력을 반영한다”라며 “회복력이 강한 국가에서는 개인 소득의 1%를 기후 행동에 기부하려는 의지가 가장 낮다”라고 짚었다. 이어 1인당 국내총생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비례한다는 점을 짚으며 “필요한 생활방식 변화가 너무 급격하다고 인식하면 개인이 기부할 의향이 덜하다”라고도 해석했다.
연평균 기온이 높을수록 기부 의사를 가진 시민 비율도 올라갔다. 5개 구간으로 나눠 가장 추운 곳에서는 64%, 가장 더운 곳에서는 77%가 ‘소득 1% 기부 의사’가 있었다. 연구진은 “연평균 기온이 높은 국가는 이미 온난화로 인해 더 큰 피해를 경험했고, 미래 위협도 주민들에게 더 두드러진다”라고 말했다.
다만, 타인에게 ‘기부를 기대’하는 비율은 낮았다. ‘100명 중 몇 명이 1%를 낼 의향이 있을 것 같은지’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의 평균은 43%에 불과했다. 실제 기부 의사를 밝힌 사람의 비율보다 23% 포인트 적었다. 응답자의 81%가 자국 시민의 ‘기부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의 기후변화 실천 의지에 ‘체계적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연구에서 드러난) 기후변화에 맞서 행동하려는 광범위한 의지는 타인의 행동 의지에 대해 널리 퍼져 있는 세계적 ‘비관주의’와 대조된다”라고 짚었다.
연구진은 “‘다른 사람은 기후 행동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은 개인이 기후 행동에 참여하는 것을 단념시키고, 부정적 믿음을 확증할 수 있다”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우려를 반영하기보다는 세계 다수 사람이 기꺼이 기후 변화에 맞서 행동할 의향이 있으며, 국가가 행동하길 기대한다는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안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