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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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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뉴스

‘헤일리 바람’ 이대로 잦아들고 말까

대세론에 막힌 ‘ 바람’ 그러나 레이스 완주 의지 피력
“난 투사, 경기 한참 남았다” 지지자들 “반전 기대” 응원

‘헤일리 바람’은 이대로 잦아들고 마는 것일까.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면서 공화당 내 반트럼프 진영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측의 사퇴 압박에 굴하지 않고 대선 레이스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굳어진 ‘트럼프 대세론’ 앞에서 전망은 밝지 않다.
헤일리 전 대사는 23일 경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경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트럼프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겠다”며 조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난 투사(fighter)”라면서 “오늘 우리는 절반에 가까운 표를 얻었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운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다른 후보들보다 열심히 임했고 유능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면서 “계속 트럼프에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출마를 선언한 헤일리 전 대사를 견제하기 위해 그의 인도계 혈통을 겨냥해 ‘님브라’라는 옛 이름으로 지칭하거나, 여성의 지적 능력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멸칭인 ‘새대가리’라고 부르는 등 원색적인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극우적 행보에 염증을 느낀 중도 성향 유권자를 흡수하며 ‘트럼프 대항마’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결국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2010년 그를 주지사로 만들어줬던 지지층은 이제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을 자신의 당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햄프셔주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였던 맷 모워스는 “헤일리가 ‘비트럼프’ 표심을 굳히기는 했지만, 중도층과 온건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만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공화당 경선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존재가 중요하다면서, 그의 완주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인 엘리 케이블(26)은 “그가 완주한다는 소식이 너무 반갑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며 반전을 기대했다. 7시간 동안 투표장 밖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던 클라이머(63)는 “결과적으로는 패했지만 헤일리의 득표율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50개 주에서 치러지는 공화당 경선에서 불과 처음 두개 주의 결과가 나왔을 뿐이지만,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었다는 말이 나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아이오와(40명)와 뉴햄프셔(22명) 2개 주의 대의원 수를 더하면, 전체 2429명의 2.6%에 불과하다. 두 주 선거인단은 승자 독식이 아니라 득표율대로 배분된다. 하지만 가장 먼저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두 주의 경선 경과는 예로부터 본선에 나서는 대선 후보를 정하는 여론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이 두 주의 승부 결과가 선거자금 기부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그에 따라 이후 48개 주의 경선 결과를 좌지우지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공화당 내 표심이 결집했다는 점이다. 이날 엔비시(NBC) 방송 출구조사에서 공화당 성향, 무당파 성향, 민주당 성향이라는 유권자의 비율은 각각 49%, 45%, 6%였다. 뉴햄프셔는 공화당원만 투표할 수 있는 아이오와와 달리 무당파로 등록된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에 대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온 두번째 경선주인 뉴햄프셔에서도 패한 헤일리 전 대사는 ‘벼랑 끝’에 몰렸다.
특히 뉴햄프셔는 다른 주들보다 헤일리 전 대사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이어져왔다. 대부분이 농촌인 아이오와와 달리 뉴햄프셔는 도시와 그 교외 지역에 고학력자들이 많고, 온건·중도 성향이 짙은 편이라서다. 뉴햄프셔에서도 패한 헤일리 전 대사가 다른 주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헤일리 전 대사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고향이며 2011년부터 6년간 주지사를 한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 나서게 됐다. 그는 다음 경선인 2월8일 네바다 코커스에는 등록도 하지 않았다. 2월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선전해야 14개 주가 경선을 치르는 3월5일 ‘슈퍼 화요일’에 승부를 걸 수 있다.
물론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가량, 헤일리 전 대사는 20%가량의 지지를 얻고 있다. 둘의 격차는 무려 30%포인트에 이른다.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지역구인 팀 스콧 상원의원, 헤일리 전 대사가 주지사일 때 부지사를 한 헨리 맥매스터 현 주지사마저도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이곳에 지역구를 둔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런 상황을 가리켜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를 좋아하지만 트럼프는 사랑한다”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뉴햄프셔 투표소에서 “우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을 불과 한달 만에 뒤집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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