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H&M, ‘시선 잡아끄는 신학기 패션’ 컨셉에 … 소아성애 논란
‘아이들이 왜 시선을 끌어야 하냐’… 하이틴 컨셉 전 세계 인기라지만…
글로벌 패션 기업 H&M이 호주에서 새롭게 공개한 ‘백 투 스쿨(Back to School)’ 광고 캠페인이 여자 아이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비난에 휩싸이자 사흘만에 광고를 삭제하고 “이로 인해 불쾌함을 느낀 고객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게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CNN 등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호주 H&M은 교복 느낌의 옷을 입은 아동 모델 사진과 함께 ‘신학기 패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으세요(Make those heads turn in)’라는 광고 문구를 게재했다.
해당 광고는 공개 직후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특히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다’라는 뜻의 ‘시선을 사로잡다(Make those heads turn in)’라는 표현이 도마에 올랐다.
아동을 ‘매력적인 대상’으로 취급해 성적 대상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아이들에게 누군가의 시선이 끌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은 그저 재밌게 놀고 싶어 할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캠페인을 두고 “교복은 가난의 차이를 없애기 위한 옷인데, 브랜드에서 교복을 판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영국 유명 심리학자이자 방송인인 팸 스퍼 박사 또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해당 광고가 “소아성애를 부추기는 수치스러운 아동 착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아동들의 표정이 어린이 답게 밝고 명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을 들었다.
논란이 커지자 22일 H&M 측은 광고를 삭제하고 “이로 인해 불쾌함을 느낀 고객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일반적으로 서구 문화권은 미성년자가 연관된 활동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생 특유의 매력을 차용하는 ‘스쿨 콘셉트’의 광고 캠페인은 아이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외모지상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학생만의 매력’을 강조하는 ‘하이틴’ 열풍이 불었다. 그 결과 패션·광고·뷰티계 등에서 앞다투어 관련 캠페인을 벌이며 미성년자 대상화에 대한 논란이 가중됐다.
지난해 9월 영국 화장품 브랜드 림멜런던 또한 ‘백 투 스쿨’이라는 일명 ‘하이틴’ 콘셉트의 광고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이들은 유명 인플루언서를 앞세워 “신학기를 죽여줄(killing it) 준비를 하세요”라는 문구를 광고하고 ‘신학기 인기 화장품 세일’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어린 학생들에게 ‘외모를 가꿔야 새 학년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 부추겨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 측은 해당 광고에 사용된 소품, 배경, 용어 등이 학생들을 연상시킨다고 판단했다. 특히 위원회 측은 ‘죽여주다(killing it)’라는 표현이 사용된 광고 문구는 ‘화장을 하면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명시했다.
ASA는 “이 광고는 어린 소녀들의 외모 불안감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캠페인”이라고 결론 지으며 해당 광고를 금지했다. (안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