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후티 공습에 파장 주목…美 “이란에 책임 묻겠다”
블링컨 국무 “아직 분쟁 확산 안 했지만…위험한 지점 많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전쟁으로 불안하던 중동 정세에 전운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홍해에서의 공격에 대응해 예멘 후티 반군에 공습을 실시한 가운데, 이란의 개입이 본격화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성명을 내고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 대응해 미국과 영국 병력이 합동 공습을 수행했다”라며 “후티 반군의 국제무역 위협 역량을 약화하고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멘 수도 사나와 후티 반군 근거지인 중서부 항구 도시 후다이다 등에서 이뤄진 이번 공격은 그간 홍해에서 국제 상선을 노린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 선박 공격이 주 이유였다. (위 사진은 서방 선박을 공격하는 후티 헬기의 모습)
이번 공습에는 해군 함정 출격 전투기를 비롯해 토마호크 미사일, 공중·잠수함 미사일 등이 대거 동원됐다. 목표물은 후티 반군 레이더 시스템과 드론 기지 등이다.
한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공습 이후 온라인 브리핑에서 “국제 수역에서의 불법적인 공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다”라며 국제사회에서 여러 국가가 이번 공습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지와는 별개로 이번 공격으로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던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은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번 공습을 규탄했다. 공습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예멘의 자주권을 침해하며, 역내 안보 불안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논리다.
같은 날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역내에서 미국 병력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한 후티 반군 및 다른 (무장) 단체들의 행동과 관련해 이란의 역할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CNN은 이번 공습이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선거 운동을 강화하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이뤄졌다”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지만, 행동이 불가피한 시점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일단 미국과 영국의 대대적인 공습에도 당분간 후티 반군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티 지도자인 압둘 말릭 알후티는 이날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며 보복 의지를 시사했다.
이 때문에 이미 공습으로 전면 대응에 나선 미국이 향후 후티 반군의 공격이 줄지 않을 경우 어떤 식으로 추가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의 향후 개입 여부 및 그 정도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이달 들어 중동 순방길에 오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가자 지구에서의 분쟁은 확산하지 않고 있다”라면서도 “위험한 지점이 많다. 우리는 이 모든 것에 대응하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