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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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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뉴스

<뉴스 感想> 케네디 주니어의 고군분투와 언론의 외면

“나는 모든 백신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우 러 전쟁에는 내아들도 참전해 있다”  
 이   ‘케네디 주니어 현상’의 근저에 깔려있는 미국 사회의  내홍

유타주 선관위는 3일,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오는 11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첫 번째 후보로 공식 등록 했다고 발표 했다. 주 선거법에 명시된 1000명 이상 유권자의 추천서를 첨부 했다고 덧 붙혔다. 그런데 이 소식은 이번에도 미국 메이저 언론이 아닌 영국 BBC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RFK 주니어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경선 참여를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표 분산 효과와 공화당표 흡수 효과가 모두 있는 것으로 나타면서 대선의 큰 변수로 떠올랐다고 여겨 졌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6시간 만에 1천100만 달러(148억원)를 모금했으며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  케네디가 포함된 3자 대결에서는 케네디가 양측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무렵 케네디의 지지율은 22%로, 바이든 대통령(38%), 트럼프 전 대통령(36%)의 지지율을 모두 끌어왔다. 특히 케네디는 젊은 층에게서 큰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18~34세 유권자 중 무려 40%가 케네디를 지지한다고 응답해 바이든 대통령(36%)과 트럼프 전 대통령(21%)을 가뿐히 제쳤다. 35~49세 유권자에게서는 26%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바이든 대통령(34%)과 트럼프 전 대통령(35%)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현재도 미국 18~34살 젊은 유권자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월 한때 주춤했으나  12월에는 전체적으로  20%대를 회복했고  여전히 40대 이하의 젊은 층에 집중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에게는 ‘케네디’라는 큰 정치적 자산이 있다. 비극적으로 암살당해 미국인들의 기억에 아픔으로 남아 있는 정치인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이며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의 아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불과 3개월 만에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실로 놀랄 만한 사건이다.

그의 이러한 돌풍의 근저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사회와 정치가 겪고 있는 극도의 내홍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의 지지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로스 페로 이후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제3지대 후보자가 될 전망이다. 다만 과거 제3지대 후보자들의 지지율 하락을 염두에 두었을때 현재의 지지율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고 얘기된다. 페로만 해도 30% 지지율을 보였으나 결과 득표율은 19%에 그쳤다.

그런데 케네디 주니어에 대해 아주 불편한 입장을 표현하는 쪽이 있다. TV 뉴스와 주요 신문 등 주류 언론 매체들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케네디 주니어를 아주 위험한,  혹은 언급할 가치도 의심스러운 ‘음모론자’라고 보는 입장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집안 배경과 줄기찬 환경운동 변호사로 초기부터 쉽게 이름을 얻었지만, 2000년대 들어와 미국 정부와 언론 매체가 거대 제약회사에 장악당해 가지 가지의 백신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의 발언 수위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급격히 높아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여기에 맞선 백신도 모두 거대 제약회사와 미국 정보기관들이 거대한 수익과 미국인들에 대한 통제를 위해 꾸민 음모라는 주장을 매우 강력하게 제기하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로 그야말로 극단적인 말잔치를 벌였다는 것이 주류 언론이 보는 케네디 주니어의 행보다.

더욱이 RFK 주니어는 진작부터 자신의 부친과 큰아버지 JFK 두사람 다  중앙정보국(CIA)에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한다. 그 흐름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대 기업과 언론 권력자들이 조장한 위기라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자들은 모조리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 ‘총기 난사 사건은 제약회사의 우울증 치료제 때문에 생겨난 사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음모로 촉발된 것이다’ ‘5G는 미국인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등등. 그의 돌출 발언은 주류언론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그래서 미국의 주류 언론은 케네디 주니어의 선전은 말할 것도 없고 출마 자체가 유감스러운 일이며,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이 그의 정체를 알게 되면 곧 사그라들 해프닝으로 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케네디 주니어는 이에 대해 거세게 맞받아치고 있다. 최근들어 부쩍 그렇다. 이미 오래전 자신이 제약회사의 권력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이러한 주류 언론 매체의 ‘탄압’은 시작되었으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멋대로 자르고 붙여서 자신을 황당한 인물로 왜곡해왔다는 것이다. 자신은 모든 백신을 반대한 것이 아니며 자기 아이들에게도 백신을 접종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자신은 그저 조속한 평화협정을 촉구했을 뿐이며 자신의 아들까지 전쟁에 뛰어들어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출마한 것은 지금 제약회사와 군수산업 등 대자본이 국가, 양대 정당, 언론 매체 등을 모두 장악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며, 노동자와 중산층 그리고 유색 인종들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전통적인 진보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을 회복해 여기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주류 언론 매체와의 싸움은 예고된 것이며 오히려 자신이 출마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자신은 팟캐스트, 유튜브, 트위터 등의 ‘대안 매체’를 선거 플랫폼으로 삼아 이러한 ‘레거시 미디어’와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를 떠나서,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케네디 주니어 현상’의 근저에 깔려있는 미국 사회의 극심한 내홍이다. 이미 2010년대부터 트럼프 정권을 전후해 모습을 보였던 미국의 정치·사회적 위기는 코로나19 사태 3년을 거치면서 더욱 악화되어 지금은 기성 체제에 대한 심한 불신과 반감이 사방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정치와 언론은 대기업과 자본 세력에 완전히 포섭돼 부패한 상태가 되었으며, 이들이 풀어놓는 온갖 ‘거짓말’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상태라는 인식이다. 이를 보여주는 한 지표가 지난해 7월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였다. 갤럽은 1993년 이후 매년 미국의 주요 제도 및 기관들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추적해왔던 바, 지난해에 파악된 상태는 30년간의 조사 중 최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과 대법원 등 주요 기관 전반에 대한 신뢰도도 사상 최저였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의회, TV 뉴스, 대기업, 신문에 대해 ‘상당히 신뢰한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각각 7%, 11%, 14%, 16%라는 처참한 숫자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요컨대 미국인 10명 중 8~9명은 신문도, TV 뉴스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신은 각종 ‘대안 매체’의 대두와 직결돼 있다.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서 자기 채널을 운영하는 조 로건과 터커 칼슨 같은 개인들은 실시간 접속률로 이미 CNN이나 폭스 TV를 훨씬 앞서고 있는 상태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일론 머스크와 화기애애한 대담을 나눴고, 트위터 창립자 가운데 한 사람인 잭 도시는 이미 공개적으로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하고 나섰다.

물론  대안 매체들의 목소리는 가지각색이지만, 미국의 기성 정당과 국가, 언론 매체 등으로 이루어지는 기존 체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사태가 그러한 불신이 증폭되고 확산되는 계기였다고 보는 흐름도 분명히 나타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공화당 오른쪽 일부와 극우 세력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이야기되던 ‘음모론’과 ‘포퓰리즘’의 흐름이 이제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인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파상적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미국에서 비록 남북전쟁과 같은 전면적 무장 충돌은 아니라고 해도 모종의 ‘내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지식인과 학자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 많은 미국인들의 불길한 예감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영국의 유력 여론조사 및 데이터 분석 기업인 ‘유고브(YouGove)’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 안에 미국에 ‘내란’이 터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3%의 미국인들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낮다’고 본 이들은 35%였고, 14%는 아예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어느 만큼의 성과를 거둘 것인지를 떠나서, 그가 표상하고 있는 ‘현상’ 그리고 애써 그를 외면하는 주류 언론의 행태를  주목하고 의미를 짚어보아야 할 이유이다.  세상은 이제 ‘공식적 주류 담론’ 같은 것만 바라보다가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어찌 이를 치유하고 극복할 것인가.

케네디 주니어는 1954년 태어나 버지니아주 맥린과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에서 자랐다. 1963년 그의 삼촌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었을 때 9살이었고, 14살때 196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던 그의 아버지가 암살됐다.

케네디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1976년에 미국 역사와 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그는 1982년 버지니아 대학교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됐고  1987년 뉴욕 페이스 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무렵 뉴욕 연방 검찰청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90년대 초반 뉴욕에서 연방 하원에 도전하려 했으나 여동생의 돌연한 죽음 등 가정사로  뜻을 접었고 그 후 환경운동 사회운동으로 방향을 돌렸다.

(안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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