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행보 , 이재명야당 대표와 ‘김건희 특검’ 칼날 위 악수
배경 두고 다양한 분석, 전략적 선택 VS 불가피한 현실
국민의힘 비상대책 위원장 한동훈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출범 첫날인 29일 오전 그는 비대위원 10명을 임명했고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을 임명했다. 그리고는 비대위 첫 회의 뒤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국회 당대표실로 찾아갔다.
장외에서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두 사람은 상견례에서는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덕담을 나눴다. 이 대표가 “악수나 한번 할까요? 사진 먼저 찍을까요?”라며 두 사람이 나란히 선 배경 백드롭에는 “김건희 특검 대통령은 수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여당과 야당 대표로서 다른 점도 많겠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크게 보고 있고 건설적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이 여당의 대표라는 것을 확실히 공언한 셈이다.
그런데 한동훈 위원장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은 당의 승리를 위해 헌신한다는 취지로 불출마를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지역구, 비례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하겠지만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 장관을 하면서 국회가 대단히 중요하고 국회의원이 되어서 입법 활동을 통해서 시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렇지만 개인의 바람보다는 우리 전체의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았다. 말로만 헌신하겠다고 하면 그냥 말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출마는 일종의 헌신이라는 설명이다.
당내에선 이날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스피드로 본인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등 호평이 나왔다. 하지만 불출마 선언은 관전자들에게는 맥이 한풀 풀리는 소식이다.
한 장관의 불출마 선언은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이 먼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이 그리는 대선 가도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국회에 초선 의원으로 들어가서 300명 중 하나가 되기보다 다시 공직을 맡아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윤석열 정부 핵심 과제를 성공시키는 모습으로 대권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 당선이 쉬운 지역구를 택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차별화를 노렸다는 의견도 있다.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차기 당권을 노리면서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관측도 한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다가 총선도 지고, 대표도 물러난 황교안 전 대표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총선에서 큰 폭의 물갈이를 예고한 측면도 있다. ‘인요한 혁신위’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당이 1개월 이상 버티다가 장제원 의원 불출마, 김기현 전 대표 사퇴로 이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혁신의 키를 넘겨받아 선제적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공천 개혁을 위해 자기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영남 지역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공천에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출마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야당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어차피 지역구에 붙잡히면 전국 선거를 지휘할 수 없다. 강남이나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으면 다들 욕한다”며 “이런 계산 속에서 불출마가 나온 것이지 대단한 결단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격전지나 험지에 출마하기에는 낙선에 따른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여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찾아가서는 명분을 챙길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비례대표 출마도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위성정당으로 가야하는 문제가 있다.
또 한 위원장의 불출마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있다. 한 비윤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런 위기 때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예를 들어 한동훈 같은 선수가 서울 관악구에 나왔더니 여론조사가 대등하게 나온다, 이래야 주변 지역에도 동반상승 효과가 있다”며 “당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았는데 총선에서 접전지도 험지도 안 나오겠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전날 유승민 전 의원은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 포지션으로 총선을 치르고 자기만 불출마한다니 굉장히 실망스럽고 생뚱맞다. 험지 지역구에 출마하든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수락 연설 말미에서 “동료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라며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라고 했다.
29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는 농구의 ‘피벗 플레이’를 예로 들면서 ” 한 발 지탱하고, 다른 발을 움직여야지 두 발 다 움직이면 반칙”이라며 “우리는 이기기 위해 모였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다 동원하겠지만, 그럼에도 한 발은 반드시 ‘공동의 선’이라는 명분과 원칙에서 떼지 않겠단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두 발 다 떼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플레이하면 민주당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자신이 학창시절에 들었다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 가사 중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라는 대목을 차용하는, 그러면서 자신이 서장훈 유지원 시대의 농구 팬을 자처하는 70년대에 태어난 젊은 여당 대표의 행보에 호불호가 분명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