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78세 전 대통령, 20년형 선고···16년 걸린 재판 종지부
남미 수리남에서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뒤 군사 정권에 맞선 이들을 고문하고 살해한 독재자가 16년에 걸친 재판 끝에 41년 전 죗값을 치르게 됐다.
21일 AP통신에 따르면 수리남 대법원은 전날 데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78)에게 1982년 반정부 인사 15명을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한 하급심을 확정했다. 사진은 데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월5일 수도 파라마리보에서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대법원은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이 같은 형량을 확정했으며, 이는 현재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법원은 이날 선고 이후 더 이상 상소가 가능하지 않다고 못박으며 16년간 이어진 재판에 종지부를 찍었다. 앞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2019년과 2021년에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모두 항소했다. 선고날에도 그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선고에 따라 그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곧 수감될 전망이다. 수리남 검찰은 수감 일정을 조율하는 등 형집행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21일 발표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법치주의의 승리”라며 환영했다. 한 희생자 유족 측은 “보석 같은 판결을 받았다”며 “이제 수리남에 법치 국가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80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바우테르서는 1982년 12월 언론인, 변호사, 대학교수 등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 16명을 납치해 고문하고 이들 중 15명을 수도 파라마리보의 옛 식민지 요새에서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그는 1987년 정권에서 물러났다가 곧이어 2차 쿠데타와 선거를 통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대통령직을 지냈다. 그는 2020년 정권 교체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현재까지도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의장직을 맡고 있다. 이날 대법원 선고 당시 바우테르서 지지자들이 집결하면서 한때 수도에 보안 조치가 강화됐다.
‘12월의 살인’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사건 발생 25년 후인 2007년부터 시작됐다. 바우테르서는 이 사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자신은 현장에 있지 않았다며 살인 가담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는 2010년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후 사면법을 추진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2016년에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법무 장관에게 해당 재판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