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80년간 한번도 없었지만 기대감 높아…
크게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 없이 정상 수준으로 내려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들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80년 동안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상당 수준으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대폭 끌어내리고도 경기를 연착륙(소프트랜딩)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WSJ는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경기 전망을 조사하는데 6개월 전만 해도 미국 경제가 12개월 내에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컨센서스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조사에서는 경기 침체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컨센서스가 됐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낸시 밴든 하우튼은 WSJ에 “우리가 지금 예상하는 것은 소프트랜딩”이라며 “우리는 경제가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전면적인 위축은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는 2021년에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경제가 큰 폭으로 반등했고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최고 9.1%까지 뛰어 올랐다. 이에 대처해 연준은 금리를 제로(0%) 수준에서 현재의 5.25~5.5%로 대폭 끌어 올렸다.
지난 10월 CPI의 연율 상승률은 3.2%로 낮아졌다. 이같이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동안 미국의 고용은 계속 늘어났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확실한 신호도 없었다.
RSM U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셉 브루수엘라스는 WSJ에 “소프트랜딩의 확실한 신호를 찾고 있다면 CPI 내부의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올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국 경제가 훨씬 더 탄력적임을 증명하는 피할 수 없는 분명한 신호”라고 밝혔다.
지난 9월에 발표된 연준 위원들의 경제전망요약(SEP)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전년비 상승률이 올해 말 3.7%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정책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리서치 회사인 인플레이션 인사이츠의 오마이르 샤리프는 WSJ에 PCE 물가지수의 전년비 상승률이 올해 말 연준이 전망한 것보다 더 낮은 3.4%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해 연준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간 지연된 금리 인상의 효과가 갑자기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기둥은 소비자 지출이었다, 하지만 소비자 지출도 드디어 식고 있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지난 10월 소매판매가 전월비 0.1% 줄어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망했던 0.3% 감소에 비해서는 선방해 미국의 소비 흐름은 여전히 생각보다 탄력적이었다.
인디드(Indeed)의 이코노미스트인 닉 벙커는 WSJ에 “약간의 난기류가 발생하고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 전까지는 소프트랜딩이 가능해 보인다”며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는 바닥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