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의전 분단위 조율 등 철저한 준비 비해
공동성명 발표 없는 등 성과에 대한 기대는 낮아
머스크 등 미 주요 기업 대표들은 시주석과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14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미중 정상회담의 모든 과정이 철저하게 조율된 절차에 따라 진행되지만 미중 정상이 성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낮아 미중관계에서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낭 2006년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 마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시위자가 나타나 몇 분 동안 소동을 벌였다. 또 미국이 중국 국가를 연주하면서 “대만(Republic of China)” 국가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후 주석은 당시 방문을 중단하고 귀국할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외교관들은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의전에 극도로 신경을 써왔다.
이번에도 중국 외교관들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모든 행보에서 시위자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미중 정상의 회동 장면은 시 주석이 회담장에 들어선 뒤 몇 걸음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게 되는지 등 분 단위로 철저하게 조율됐다. 두 정상이 양국 갈등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비쳐지도록 하려는 의도다.
이처럼 의전에 대한 준비가 철저한 것에 비해 10년 새 있었던 어떤 미중 정상회담보다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가 낮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참모들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군사 당국 사이의 소통 채널을 재개한다는 합의만 이뤄질 것으로 밝혔다.
그밖에 두 정상은 핵무기 지휘통제시스템에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데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핵무기 관련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미 당국자들은 이처럼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가 낮은 탓에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밝힌다. 양국이 별도로 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용 기술 부품을 수출하지 않도록 하고 제재 대상인 러시아 및 이란 석유를 수입하지 말도록 촉구할 예정이나 시 주석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미 당국자들은 과거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강조했던 미중관계에 “가드레일”을 설치하려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이 중국을 제약하려는 의도가 담긴 표현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신 “선명한(clear-eyed)”이라거나 “소통 채널 유지”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수십 년 써온 “포용(engagement)”이라는 용어는 철 지난 외교 용어가 된 지 오래다.
두 정상은 또 대만을 둘러싸고 양국이 충돌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타진할 예정이다. 불과 6개월 전까지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대만을 봉쇄 또는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도상훈련을 정기적으로 했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의 경제가 침체하면서 대만을 공격할 우려가 줄어든 것으로 평가한다. 시 주석이 대만 공격이 초래할 경제 제재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중국 외교관들은 미 당국자들에게 내년 대만 선거 과정에서 독립 요구가 강해질 경우 중국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미 공화당이 중국과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미국의 정치 분열을 중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14일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시 주석에게 미국인 억류, 펜타닐 생산, 미국 함정과 비행기에 대한 중국의 위협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도록 요구했다. 또 당국자들이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핵무기 확대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전망이다.
그밖에 가자 전쟁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전쟁의 확대가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시 주석에게 이란을 제어하도록 요구할 전망이다.
한편 시 주석은 참가비가 2000달러인 “CEO 정상회의” 모임에 참석한 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중국 투자 확대를 강조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주요 기업 대표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CEO 서밋에 머스크를 비롯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시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등이 참석한다.
이들 CEO는 시 주석이 주최하는 만찬에 초대받았다고 한다.주최 측이 기업들에 보낸 만찬 참석 티켓의 가격은 2000달러(약 260만 원)로 알려졌다. 그 중 시 주석과 같은 테이블의 좌석은 8자리로 각 4만 달러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 ‘중국공산당선정위원회(Select Committee on the CCP)’는 “중국에서 수백만 명에 달하는 대량 학살을 조장한 바로 그 공산당 관리들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수천 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매우 비양심적”이라고 주최 측에 보낸 서한을 통해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위구르족 학살의 책임이 있는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에게 접근할 수 있는 자리를 판매해 수익을 올린 USCBC와 NCUSCR의 결정은 미·중 양국 관계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하원의원 마이크 갤러거는 X(옛 트위터)에 게시한 동영상을 통해 “4만 달러로 시 주석과 함께하는 식사 한 끼는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양심은 살 수 없다”라며 USCBC 와 NCUSCR을 조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기업들이 이러한 거금을 들이면서 시 주석과의 만찬에 참석하려는 이유는 중국 사업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쥬드 블랑셰트 명예 의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 주석을 만나 그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몰려든 기업들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고위 관리와 미국 기업 간의 교류는 중국이 여전히 사업하기에 매력적인 곳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과 같은 테이블에 앉기 위해 4만 달러를 지불한 기업명은 밝혀지지 않았다.